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의 김호(65) 감독이 구단 이사회의 자진 사퇴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호 감독은 25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 권고 등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벤치를 계속 지키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해임을 결정하겠지만 그분(이사)들이 정말 떳떳한 사람인지 보고 싶다.

나로서는 시나 이사회 결정에 맞설 힘이 없지 않나.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여 사퇴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냈다.

대전 구단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성적 부진 및 구단과 갈등을 이유로 김호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대전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송규수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김호 감독은 선수단을 추스를 수 있도록 25일까지 시간을 갖고 나서 직접 거취를 표명하도록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에서는 김 감독이 사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 감독은 "떠나는 느낌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이사들의 지론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댔는데 시나 이사회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끝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표 선수도 하고 월드컵도 갔다왔다.

평생을 축구장에서 보냈다.

그런 가치를 안다면 그분(이사)들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성적이라는 조그마한 테두리 안에서 나를 매도하는 것은 섭섭하다.

하지만 대전 명예시민으로서 소임을 다 못한 것은 미안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전이 좀더 도약해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