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 2009년 챔피언은 김인경이지만 그 못지않은 주목을 받은 선수가 박세리(32)다.

박세리는 1,2라운드에서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가 3라운드에서 주춤한 뒤 최종일에는 막판까지 김인경과 우승 경쟁을 벌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 입회,한국 선수 중 투어 최다승인 24승(메이저대회 5승 포함) 기록,투어 데뷔 후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였다. 그러나 2004년 말부터 2005년까지 슬럼프를 겪은 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1승을 올리며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최근까지 약 2년간 승수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와 '라이벌'이었던 캐리 웹이나 아니카 소렌스탐이 30대 이후에도 우승 소식을 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 CJ 이후 스폰서도 없이 투어 생활을 하자 주위에서는 "선수 생활을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했다.

그런 박세리가 근 2년 만의 18홀 최소타수인 66타를 두 번씩이나 기록한 끝에 시즌 첫 '톱10'에 들며 존재를 알렸다. 스코어뿐 아니라 플레이 내용이나 샷도 뛰어났다. 이번 대회 들어 40번째 홀에 가서야 첫 보기를 기록했고,샷 정확도(드라이버샷 69.6%,아이언샷 75%)와 퍼트(라운드당 27.5개,홀당 1.53개) 감도 나무랄 데 없었다.

그는 경기 후 "나흘 동안 샷 감각이 아주 좋았다. 전성기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골프밖에 몰랐으나 지금은 연습이나 대회 출전 자체,경기를 즐기면서 한다. 즐긴다는 자세를 갖다보니 압박감도 서두름도 없어졌다. 모든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한층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대회만으로 박세리의 부활을 단정할 수는 없다. 11일 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이 열린다. 11년 전 박세리가 '루키'로서 첫 승을 올린 바로 그 대회다. 2002년과 2006년에도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올려 그 어느 대회보다 인연이 깊다. 박세리는 "LPGA챔피언십은 코스 셋업이나 기후,분위기 등이 내게 딱 맞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