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올 시즌 유럽 프로축구 최강의 영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바르셀로나(바르샤)에 돌아갔다.

바르셀로나는 28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반 10분 사뮈엘 에토오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25분 리오넬 메시의 추가골로 지난 시즌 챔피언 맨유를 2-0으로 눌렀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2005-2006년 시즌 이후 3년 만에 다시 유럽 프로축구 왕중왕으로 우뚝 서면서 통산 세 번째 대회 우승(전신인 유러피언컵 포함)을 차지해 상금 700만 유로(한화 124억원.준우승 상금은 400만 유로)까지 챙겼다.

또한 올 시즌 스페인국왕컵(코파 델레이)과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스페인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트레블(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서른여덟의 '초보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는 미겔 무뇨스(레알 마드리드), 카를로 안첼로티(AC밀란)에 이어 한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세 번째 축구인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1991-1992 시즌 우승 멤버였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3회 연속 정상에 오른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사상 첫 2회 연속 우승까지 노렸지만 바르셀로나의 벽 앞에서 주저앉았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을 포함해 통산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맨유가 결승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대회 결승 엔트리에서 빠져 상처를 입었던 박지성은 이날 선발 출전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올라 66분을 뛰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최전방에 세우고 웨인 루니와 박지성을 좌.우에 받친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무려 71골을 합작한 에토오와 메시, 티에리 앙리의 공격 '삼각 편대'로 맨유에 맞섰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호날두의 슈팅이 거푸 터지면서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몰아붙였다.

맨유는 전반 2분 호날두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 프리킥을 바르셀로나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가 잡다 놓치자 문전에 있던 박지성이 쇄도하면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제라드 피케의 발에 걸려 코너아웃돼 첫 득점 기회를 놓쳤다.

호날두는 전반 7분과 9분 잇달아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하지만 맨유의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웅크려 있는 듯했던 바르셀로나의 역습 한 번에 바로 무너졌다.

전반 10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공을 내주자 에토오가 골 지역 오른쪽까지 치고 들어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차 넣었다.

공은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사르의 왼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맨유는 전반 17분 아크 정면에서 라이언 긱스가 날린 왼발 프리킥과 20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터진 호날두의 중거리슛 등이 무위로 돌아갔고, 이후 바르셀로나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쉽게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지배해갔다.

전반을 0-1로 끌려간 채 마친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시작하면서 미드필더 안데르손을 빼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를 내보냈다.

테베스와 호날두가 최전방에 선 4-4-2 포메이션으로 바뀌면서 박지성은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후반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3분 앙리가 골 지역 왼쪽에서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를 제치고 오른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판데르사르의 선방에 막혔고, 5분 뒤 사비 에르난데스가 아크 정면에서 찬 오른발 프리킥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오히려 맨유보다 더 많은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나갔다.

맨유는 후반 21분 박지성을 불러들이고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내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4분 뒤인 후반 25분 메시의 헤딩 추가골로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사비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골문 왼쪽에 있던 메시가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돌려놓아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챔피언 간 '세기의 대결'에서 바르셀로나의 완승을 알리는 결정타였다.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메시는 11경기에서 9골을 뽑아 대회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