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무등산 자락에서 프로야구 역대 최장시간 혈투가 펼쳐졌다.

KIA와 LG는 2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에서 자정을 넘기면서 연장 12회의 대접전을 펼쳤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3-13으로 비겼다.

0시29분에야 끝난 경기시간은 무려 5시간58분.
지난 해 9월3일 두산이 한화를 상대로 연장 18회에 1-0으로 승리할 당시 기록한 5시간51분을 뛰어넘은 역대 최장시간이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 자정을 넘긴 것은 지난 12일 SK-LG 경기를 포함해 통산 4번째다.

대구구장에서는 단독 선두 SK가 박정권과 최정의 솔로홈런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몰아쳐 삼성을 9-4로 제압했다.

3연승을 달린 SK는 2위 두산과 승차를 4게임으로 벌리며 고공비행을 계속했지만 5위 삼성은 4연패에 빠졌다.

한편 잠실구장의 두산-롯데, 대전구장의 한화-히어로즈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광주(KIA 13-13 LG)

가랑비가 쉬지않고 그라운드를 적셨지만 역대 최장시간 혈투는 자정이 지나도 끝날 줄을 몰랐다.

7천147명에 이르렀던 관중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열성팬 1천여명이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지만 승부는 끝내 결정되지 않았다.

KIA는 2회말 김상훈의 3점홈런 등으로 9-3으로 크게 앞서 낙승을 거두는 듯 했지만 최근 뒷심이 몰라보게 강화된 LG는 6-10으로 따라붙은 6회초 최동수의 3점홈런 등으로 4점을 추가, 10-10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KIA는 6회말 곧바로 나지완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뽑아 승리를 굳히는 듯 했지만 9회초 등판한 마무리 윤석민이 야수들의 실책 속에 3안타로 3점을 허용, 연장전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날 첫 선을 보인 LG의 교체용병 릭 바우어는 선발투수로 등판했으나 불과 1⅓이닝동안 4안타와 볼넷 4개로 7실점한 뒤 강판됐다.

●대구(SK 9-4 삼성)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이 배영수와 선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카도쿠라는 6⅔이닝을 7안타, 2실점으로 막아 시즌 3승(1패)째를 올린 반면 배영수는 4⅔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12안타를 맞고 7실점, 시즌 7패(1승)째를 당했다.

초반 팽팽했던 경기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SK쪽으로 기울었다.

SK는 4회초 선두타자 박정권이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아치를 그려 선취점을 올렸고 박경완과 최정의 연속안타와 볼넷을 묶어 1사 만루를 만든 뒤 나주환이 2타점 적시타, 정근우는 희생플라이를 날려 4-0으로 앞섰다.

5회에는 최정이 솔로포를 터뜨린 뒤 김강민과 모창민의 연속 2루타에 이어 나주환이 또 우전안타를 날려 7-0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6회말 최형우가 1점홈런을 날려 추격에 나섰고 2-9로 뒤진 8회에는 다시 최형우가 연타석 2점홈런을 터뜨렸지만 초반 실점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데뷔 8년만에 처음 연타석 홈런을 날린 최형우는 1회에는 2루타를 기록하는 등 4타수 3안타의 불꽃타를 날렸으나 빛이 바랬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