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있기 전에는 뭔가 조짐이 있습니다. 제가 올 시즌 다소 부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중 감량과 스윙 교정이 마무리 단계인 데다 올해는 미국PGA투어 데뷔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

한국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39 · 나이키골프)가 18일 입국했다. 21일 개막하는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최경주는 최근 미국PGA투어에서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 가운데 단 한 차례 '톱10'에 들었다. 세계 랭킹도 연초 18위에서 지금은 37위로 떨어졌다. 질문이 최근 성적에 집중되자 그는 "지금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로 봐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을 비롯한 '큰일'을 치르려면 산고(産苦)가 있게 마련인데 자신의 현 상황이 그렇다는 것.

"감량과 스윙개조 덕분에 스윙이나 템포는 좋아졌어요. 몸 상태도 80~90% 회복됐고요. 그러나 몸의 지방질을 빼려다 보니 근육에 좀 이상이 왔고,근육 통증이 약간 남아있습니다. 정작 힘을 써야 할 때 100% 쓰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곧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목표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실수나 시행착오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

그는 '미LPGA투어의 여자선수들처럼 한국(계) 남자선수들이 미PGA투어에서 정상에 오를 날이 언제일까?'라는 질문에 "이미 왔다. 위창수,양용은,앤서니 김,케빈 나 등이 번갈아가면서 대회마다 리더 보드에 이름을 올리지 않느냐.다만 한두 차례의 '반짝 우승'을 넘어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고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경주는 뉴질랜드 교포 프로골퍼 대니 리와 만난 일도 소개했다. 대니 리가 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는 것.최경주는 이에 대해 "파이널로 갈수록 핀을 보고 치지 말라.그러면 오려던 트로피가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고 귀띔했다. 항상 공격적인 자세만이 최선이 아니고,한샷한샷 정성들여 치는 것이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스코어 관리를 위해서는 핀 반대편으로도 공략할 줄 알아야 하고,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가지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이날 '최경주-SK텔레콤 행복도시락센터' 설립기금 전달식도 가졌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출전료를 안 받는 대신 그에 버금가는 액수를 SK로부터 받아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행복나눔재단에 기금을 전달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