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에서 최후에 웃은 사람은 3라운드 선두 알렉스 체카(독일)도,빨간 상의를 입고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타이거 우즈(미국)도 아니었다. 두 달 전 CA챔피언십 때 워터해저드에서 팬티만 입은 채 샷을 해 화제가 됐던 헨릭 스텐손(33 · 스웨덴)이다.

스텐손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보기없이 버디만 6개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선두권의 다른 선수들이 이븐파 언저리를 치며 주춤거린 사이 스텐손은 야금야금 타수를 줄여가며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라이더컵 동료인 이안 폴터(영국)에게 4타 앞선 완벽한 역전승이었다.

우승상금은 무려 171만달러(약 21억2000만원).2년 전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미 PGA투어 2승(유러피언투어는 6승)을 거둔 스텐손은 세계랭킹도 지난주 9위에서 5위로 치솟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 체카에게 5타 뒤진 공동 2위 6명 중 한 사람이었던 스텐손이 우승한 데는 '까다로운 코스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전략이 밑바탕이 됐다. 스텐손은 이날 14개의 파4,파5홀 가운데 11번홀(파5)에서만 드라이버를 잡았을뿐 나머지 13개홀에서는 스푼으로 티샷을 했다. 러프와 워터해저드가 많은 이 코스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그 결과 그의 티샷 페어웨이 적중률은 93%(13개홀 적중)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 덕분인지 최종일 '노 보기' 플레이를 펼친 선수는 70명 중 그가 유일하다.

'팬티샷' 스텐손, 21억 우승컵 입맞춤
기대를 모았던 챔피언조의 체카-우즈는 전혀 '우승 변수'가 되지 못하고 맥없이 물러났다. 체카는 우즈에 대한 '빨강 색 공포' 때문인지 전반에만 6오버파(보기4 더블보기1) 42타를 치며 리더보드에서 사라졌고,우즈도 10번홀까지 3타(버디1 보기4)를 잃으며 그답지 않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재미교포 케빈 나(26 · 타이틀리스트)는 한때 우승 다툼을 벌이기도 했으나 챔피언에게 5타 뒤진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그가 쥔 상금 55만1000달러(약 6억8000만원)는 2005년 FBR오픈에서 공동 2위를 하며 받은 45만7600달러를 능가하는 생애 최고액이다. 그는 투어 상금(169만5869달러) 랭킹도 지난주 24위에서 11위로 껑충 뛰었고,세계랭킹도 35계단 올라 74위가 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