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과 `마법사' 거스 히딩크(63) 첼시 감독 간 `꿈의 무대'에서 결승 대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지성을 앞세운 맨유는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3-1 승리를 거두면서 1차전 홈경기 1-0 승리에 이어 1, 2차전 합계 4-1 승리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 시작 8분 만에 아스널의 추격 의지를 꺾는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고 맨유는 호날두가 두 골을 추가하면서 한 골 만회에 그친 아스널을 3-1로 제압했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선착해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됐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첼시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원정 4강 1차전에서 귀중한 0-0 무승부를 거둬 7일 안방인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바르셀로나를 불러들여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첼시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첼시가 공격 3각 편대인 리오넬 메시와 사뮈엘 에토오, 티에리 앙리를 앞세운 바르셀로나의 화력을 봉쇄하고 승리한다면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간 오는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결승 사제대결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 결장의 아쉬움을 털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결승 무대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지성의 맨유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첼시와 이미 두 차례 프리미어리그를 1승1무로 마쳐 정규리그에서 `적'으로 만날 일은 없다.

박지성은 지난해 9월22일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원정경기 때 시즌 1호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2월12일 홈경기에서도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첼시전 3-1 승리에 앞장섰다.

사제대결 기대가 컸던 FA컵에서도 맨유가 지난달 20일 에버턴과 승부차기 대결 끝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첼시가 아스널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기에 박지성-히딩크 간 사제대결 좌절의 아쉬움이 더했다.

이제 남은 것은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2연패 도전에 나서는 맨유와 `트레블'(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희망을 버리지 않은 첼시는 결승에서 격돌 가능성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박지성은 자서전인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히딩크 감독은) 내 속에 숨어 있던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내 주셨다"면서 히딩크 감독과 만남이 자신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지휘한 히딩크 감독을 따라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 입단했고 2005년 7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인 맨유 유니폼을 입는 발판이 됐다.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히딩크 감독은 성적 부진 탓에 경질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 지휘봉을 잡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고 결국 둘은 최고의 무대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끈끈했던 사제의 정을 나눴던 박지성과 히딩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끝을 겨누는 적으로 맞닥뜨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