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22 · 신한은행)이 마지막 순간 통한의 3퍼트로 '대어'를 눈앞에서 놓쳤다.

유러피언 · 아시안PGA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총상금 약 36억원) 4라운드가 열린 26일 제주 핀크스GC(파72) 18번홀(파4 · 길이441m).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4m에 달할 만큼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강성훈이 그린에 올랐다. 17번홀까지 중간합계 5언더파로 단독 1위인 데다 프로 전향 후 첫 승을 눈앞에 둔 때문인지 선수의 표정도 밝았고,갤러리들도 박수로 맞아줬다. 볼과 홀 사이의 거리는 약 11m.먼 거리였으나 2퍼트로 마무리하면 우승이 가시화되는 상황.그러나 강성훈의 첫 퍼트는 홀을 3m나 지나쳤고 파퍼트마저 홀을 외면,3퍼트 보기를 하고 말았다.

강성훈은 결국 4라운드합계 4언더파 284타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전에 대비했다. 그보다 뒤에서 플레이하던 아시안투어의 '강호' 통차이 자이디(40 · 태국)와 스페인의 곤잘로 카스타노가 4언더파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정규 라운드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강성훈으로서는 연장전까지 끌려간 것이 아쉬웠다.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강성훈과 달리 자이디는 유러피언투어 2승을 포함,통산 11승을 올린 '베테랑' 선수.세계 랭킹도 73위로 강성훈(1112위)보다 몇 수 위였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성훈이 두 번째 샷을 홀에서 3m 지점에,자이디가 1.5m 지점에 떨구면서 승부의 추는 자이디 쪽으로 기울었다. 강성훈의 퍼트가 홀 옆으로 빠진 것을 확인한 자이디는 침착하게 버디퍼트를 성공,우승상금 6억200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아시안 및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동 중인 자이디는 서른의 나이에 프로가 된 '늦깎이' 선수.19세 때 입대,의무 복무기간인 2년을 채우고 9년을 더 지원근무한 후 골프에 입문한 특이한 케이스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2000년 한국오픈에서 차지한 인연도 있다. 나흘 내내 강풍이 불어 '인내심 싸움'이 돼버린 이번 대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세계 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제주 출신으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프로로 전향한 강성훈은 프로 첫 승을 유러피언투어에서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최종일 후반에만 이글 2개를 잡으며 선두권으로 부상했으나 정규라운드 마지막 한 홀을 버티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강성훈은 "전 홀에서 퍼트를 짧게 한 것이 머릿속에 남아 스윙을 크게 하다 보니 볼이 터무니없이 홀을 지나쳐 버렸다"고 3퍼트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세 차례 2위를 한 데 이어 다섯 번째로 프로 첫 승 문턱을 넘지 못한 강성훈은 그래도 생애 최고인 3억2000여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메이저 대회 3승 경력의 세계 랭킹 16위 어니 엘스(남아공)는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위에 자리잡았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