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야 부모님과 코치 선생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어요"

말 그대로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여자 쇼트트랙의 '미완의 기대주' 조해리(23)가 지독했던 자신과 싸움을 이기고 그동안 부족했던 '2%'를 채우면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조해리는 25일 노원구 공릉동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치러진 제24회 전국남녀 쇼트트랙 종합선수권대회 겸 2009-2010 대표선수 선발전 여자부에서 '파릇파릇한' 후배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했다.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조해리의 눈에는 웃음보다 눈물이 먼저 흘렀다.

중학교 시절부터 주니어 대표를 시작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조해리는 번번이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기에 치러진 대표선발전에서 부진하며 끝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2년 1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조해리는 그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1986년 7월29일에 태어난 조해리는 동계올림픽 직전 해에 만 15세(7월1일 이전 출생) 이상이 돼야 한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발이 묶이면서 첫 번째 좌절을 맛봤다.

이후 절치부심했던 조해리는 2005년 4월 대표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그해 9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출전선수 확정을 위한 대표선수 평가전에서 상위 5위에 들지 못해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조해리는 "한순간에 모든 꿈이 무너지면서 운동을 그만두려 했었다.

상실감이 너무 커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혼자서 바닷가를 찾기도 했었다"라고 힘들었던 시절을 돌아봤다.

하지만 조해리는 지난해 1월 창단한 고양시청에 입단하면서 모지수 코치와 함께 재기를 선언했고,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6위로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코너를 돌 때 가해지는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한 근력 훈련과 몸을 가볍게 만드는 데 주력했던 게 큰 효과를 봤다.

마침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표선발전에서 조해리는 1,000m와 1,500m를 내리 우승하면서 여자부 종합 1위에 오르는 쾌거를 맛봤다.

조해리는 "모지수 코치에게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동안 힘들어만 했던 나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져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라며 "두 차례 올림픽 도전에 실패했던 만큼 자신 있게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