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34 · 미국 )가 '골프 황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꼭 필요할 때 샷을 성공한다는 점이다. 퍼트 칩샷 벙커샷 롱아이언샷 등 그 샷도 다양하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30일 미국 PGA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18번홀에서 나온 약 5m 거리의 버디퍼트다. 우즈는 이 퍼트를 성공하며 연장 돌입 일보 직전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정적 순간 나오는 이 한방을 '클러치(clutch) 샷'이라고 한다. 우즈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자신의 대표적인 클러치 샷을 소개했다. 몇 가지 사례와 그 샷 비결을 요약한다.

◆3.6m 거리의 버디 퍼트

2008년 US오픈 최종일 최종홀에서 우즈가 맞닥뜨린 상황.이 퍼트를 성공시켜야 로코 미디에이트와 연장 승부를 벌일 수 있었는데 우즈는 거짓말처럼 넣어 연장에 돌입한 뒤 우승컵을 안았다. 우즈는 이처럼 반드시 넣어야 할 퍼트를 앞두고는 '기본'으로 회귀한다. 특히 퍼트에서는 스트로크 전에 행하는 '프리 퍼트(pre-putt) 루틴'을 빼놓지 않고 지킨다. 그래야 평소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고 정신 산만을 막을 수 있다. 우즈는 "그런 때일수록 눈과 머리를 임팩트 직후까지도 고정시키며 퍼터헤드의 정중앙에 정확히 볼을 맞히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9m 거리의 롱 퍼트

1996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 결승전.우즈는 두 홀을 남긴 34번째 홀까지 스티브 스콧에게 1홀 차로 뒤지고 있었다. 35번째 홀에서 9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긴 우즈는 이 퍼트를 성공해야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우즈는 그 먼 거리의 퍼트를 집어놓고 '올 스퀘어'를 이룬 뒤 결국 대회 3연패를 달성한다. 우즈는 퍼트에서는 스피드(세기)가 라인(방향)을 결정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세기로 스트로크하느냐에 따라 감안해야 할 브레이크의 양이 정해진다는 뜻이다. 그 퍼트의 브레이크는 3~6인치로 보였다. 당시 공격적으로 퍼트했던 우즈는 브레이크를 3인치로 적게 보고 과감하고도 부드러운 스트로크를 했다. 특히 임팩트 후 스루스윙도 백스윙 크기만큼 해주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우즈는 또 "볼이 홀에 살짝 떨어지는 '다이 퍼트'를 할 경우는 브레이크를 보이는 것보다 2배 감안해야 볼이 홀 아래(아마추어 사이드)로 흘러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9m 칩샷

2005년 마스터스 4라운드 16번홀(파3).우즈는 크리스 디마르코에게 1타 차로 앞서고 있었는데 티샷이 길어 그린을 오버하는 위기를 맞았다. 홀까지는 오르막-내리막 라인.우즈는 미리 찍어둔 낙하 지점에 볼을 떨궜는데 볼은 언덕을 넘어 굴러가더니 홀 옆에 잠깐 멈추는 듯하다가 홀 속으로 떨어졌다. 우즈의 어퍼컷 세리머니가 이때처럼 요란한 적도 없었다. "60도 웨지의 페이스를 약간 오픈한 뒤 볼은 스탠스 뒤쪽에 놓았다. 그래야 볼이 낮게 날아가고 잔디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한 스핀을 내기 위해 임팩트 내내 왼손목을 견고하게 했다. 견실한 컨택트를 위한 관건은 어드레스 때의 척추 각도를 임팩트존에서도 유지하는 점이다. " 우즈의 설명이다.

◆10m 벙커샷

1993년 US주니어아마추어챔피언십 결승전 마지막 홀에서 우즈는 만만치 않은 거리의 벙커샷을 남겼다. 곧바로 넣어야 연장에 돌입할 수 있고,넣지 못하면 대회 3연패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우즈는 그 벙커샷을 홀에 집어넣었고 연장전 끝에 리안 아머를 꺾었다. 먼 거리의 벙커샷을 할 때 우즈는 떠가야 할 거리나 턱 높이 등에 따라 56도 웨지에서 8번 아이언까지 클럽을 다양하게 쓴다. 우즈는 "백스윙 때 클럽을 곧바로 치켜올려주며 스윙 동작에 따라 상체와 하체도 함께 움직여준다. 클럽헤드가 볼 밑을 잘 미끄러져 나가도록 가속해주고 피니시를 충분히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조언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