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자재 수입회사인 GEBERIT 제품을 판매하는 ㈜이언기업 김광철 사장(49 · 사진)은 2007년 중국에서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아마추어골프 랭킹전'을 치르고 난 뒤 골프를 접었다.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정상을 향해 달려가던 김 사장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다 모인 대회에서 보란듯이 우승을 하고 싶었다. 첫날 1오버파 73타를 쳐 1타차 공동 2위에 오르며 그의 꿈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는 무려 22오버파 94타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자신과 골프에 대한 실망과 허무감에 빠져버린 김 사장은 '골프 포기'를 선언했다. 골프 대신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데 열중했다.

[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일희일비하면 골프 안늘어…내성 길러야죠"
그렇게 1년6개월가량이 흘렀다. 김 사장은 "골프를 안 치다 보니 사회적인 인맥이 모두 끊어지게 되더군요. 골프로 맺어진 4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는거예요. 어쩔 수 없이 다시 골프채를 잡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예전 실력을 되찾는 데는 1년6개월 정도 걸렸다. 그는 "예전에는 골프의 기복이 너무 심했어요. 하루 잘치면 다음날은 망가지고.언더파를 쳤다가 또 80타대 후반을 치기도 하고.그러나 큰 경험을 하고 났더니 그런 기복이 없어지더군요. 챔피언티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75~81타를 꾸준히 치고 운이 따르는 날에는 언더파가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골프 내성'이 강해진 그는 지난 2월에 열린 SBS골프채널 주최 고교동창 골프대회에서는 2언더파 70타를 쳐 전국의 최고수 300명 가운데 1위를 했다. 김 사장은 "골프가 인생과 같다고 하잖아요. 조그만 일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골프가 안되면 견딜 수가 없었어요. 요즘은 우승을 해도 덤덤하고 우승을 못하면 '오늘은 잘 배웠구나. 좀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도 확 바뀌었다. 예전에는 라운드 전날에도 폭음을 하는 등 준비가 덜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일 200~300개씩 연습볼을 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 삼아 연습을 한다. 김 사장은 "골프를 잘 치려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준비가 돼야 합니다. 언제든지 가볍게 자신의 스윙이 나올 수 있게끔 여유가 있어야 하죠"라고 강조했다.

'언더파 고수'가 되는 비법을 물어봤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고 필드에 자주 나가면 '싱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려면 스윙하는 동안 클럽 헤드의 모양을 떠올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백스윙에서는 헤드의 모양이 90도로 열리고 임팩트 때는 스퀘어,피니시에서는 90도로 닫히는 과정이 정확하게 그려져야 하지요. 스윙할 때 아직도 몸의 움직임에 신경 쓴다면 이는 아직 그런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죠."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