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출신의 아르헨티나 '간판 골퍼' 앙헬 카브레라(40)가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제73회 마스터스토너먼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카브레라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 · 길이 7435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케니 페리,차드 캠벨(이상 미국)과 공동 선두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리했다. 카브레라는 2007년 US오픈에서 미국 PGA투어 첫 우승을 올린 뒤 마스터스 그린 재킷까지 입어 미 PGA투어 2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거두는 진기록을 세웠다.

카브레라 "난 메이저 인생이야"
이날 승부는 위기관리 능력과 뒷심에서 판가름났다. 16번홀까지 2타차 선두를 유지하며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을 눈앞에 두었던 페리(만 48세8개월)가 17,18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을 허용한 것은 마스터스 최종일 오후의 중압감 탓이었다.

페리는 프로 28년 동안 미 PGA투어에서 13승을 올린 '베테랑'이었으나 메이저대회 우승은 한 차례도 없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 경기에서 캠벨이 보기로 탈락한 것도 메이저대회 중압감의 희생양인 셈이었다.

그 반면 1승이지만,메이저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카브레라는 달랐다. 연장 첫 번째 홀 티샷이 숲속에 빠지며 그에게 먼저 위기가 닥쳤다. 서든데스이므로 '모 아니면 도'를 택해야 할 판.그는 좁은 공간을 보고 그린을 향해 샷을 했는데 볼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나가는 행운이 따랐다. 세 번째 샷을 붙여서 파를 세이브해야 할 긴박한 상황.카브레라는 그 서드샷을 홀옆 1.5m 지점에 떨군 뒤 침착하게 파퍼트에 성공했다. '일반대회 10승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메이저대회 챔피언다운 파세이브였다. 그러자 캠벨은 그보다 짧은 파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10번홀(파4)로 옮겨 치러진 연장 두 번째 홀 경기.페리와 카브레라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지만 경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페리가 긴장한 탓이었는지 두 번째 샷을 당겼고,볼은 그린을 벗어나 경사지에 멈췄다. 승기를 잡은 카브레라는 두 번째 샷을 홀 옆 3m 지점에 떨궜다. 표정이 굳어진 페리의 칩샷은 길어 홀을 4m나 지나쳐 버렸고,뒤이은 파퍼트가 홀을 외면한 것을 본 카브레라는 2퍼트로 마무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미 선수로는 이 대회 첫 우승이다.

페리는 1996년 USPGA챔피언십에서도 마크 브룩스에게 연장전 패배를 당한 뒤 13년 만에 다시 잡은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세계랭킹 1,2위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은 맹렬한 추격전을 벌였지만 선두와 타수차가 너무 컸다. 미켈슨은 5위를 차지했고 17,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한 우즈는 그보다 1타 뒤져 공동 6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