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들이 선망하는 `꿈의 무대'인 제73회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6일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했다.

눈부신 녹색의 정원같은 주변 환경, 잔디를 짧게 깎아 빠르게 흐르는 `유리알 그린' 등으로 `인간이 만든 최고의 코스'로 불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최고 메이저 대회라는 명성답게 많은 일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브리티시 오픈, US오픈, PGA챔피언십 등 3개 대회는 매년 대회장소가 바뀌지만 마스터스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만 개최된다.

오거스타내셔골프클럽은 애틀랜타 출신의 골프 선수였던 바비 존스가 1930년 은퇴하면서 건설한 골프장이다.

과거 인디언들의 농장이자 과수원 종묘장이던 땅 147만7천082㎡를 7만달러를 주고 매입해 골프장을 지어 1932년말 완공했다.

1934년부터 연례대회가 시작됐지만 마스터스로 대회 이름이 바뀐 것은 1939년부터이며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1945년에는 경기가 열리지 못했고, 당시 골프 코스는 칠면조 사육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철저하게 폐쇄적인 회원제 클럽으로 운영되어 300여명의 회원 명단도 비밀이다.

2002년 일간 신문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에 일부 공개된 회원 명단에 따르면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샘 넌 전 상원의원, 잭 웰치 전 GE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정계 및 경제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어도 클럽 회원들의 추천없이는 입회가 불가능할 정도로 콧대가 높다.

역대 대통령 중 회원은 재임 중 29차례나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골프광이었던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유일하고, 프로 골퍼 중에는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존 해리스 등 3명만 회원이다.

기자가 이번 대회의 준비 상황을 알기 위해 3월말 취재신청을 했지만 주중에 플레이를 하는 회원들에게 방해가 된다며 취재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고, 6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스티브 에선 클럽 홍보국장은 "회원 명단이나 수는 물론 후원자의 수도 공개하지 않는게 우리 클럽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0년부터 흑인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성들을 회원으로 받지 않는 `금녀(禁女)' 전통은 고수하고 있다.

2003년 전미여성단체연합(NCWO)의 마사 버크 회장이 클럽의 남성전용 회원제가 남녀차별이라고 항의하고 대회의 주요 광고주에게 후원 중단 그리고 대회 중계권자인 CBS에도 중계 중단 압력을 넣었지만 클럽은 요지부동으로 금녀전통을 고수했다.

올해도 여성 잡지 `핑크(PINK)'의 공동 소유주인 신시아 굿이 대회장 입구에서 항의시위를 하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클럽에서 골프를 치려면 회원들의 초청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는 않지만 회원의 부인이나 회원이 동반한 게스트일 경우 여성도 골프를 칠수는 있다.

이에 따라 PGA 투어 프로라도 이 클럽에서 골프를 칠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힘들 정도인데 일부는 오거스타시에 거주하는 지역 유지 회원들의 초청을 받아 플레이를 하는 `귀중한' 기회를 가진 경우도 간혹 있다.

클럽측은 최고의 코스관리를 위해 10월 중순부터 5월말까지 7개월 정도만 개장을 하고, 여름철이 되면 문을 닫고 잔디를 쉬게 한다.

주말에도 10개팀 정도만 받을 정도이다.

대회기간에는 다른 골프클럽의 관리자들까지 자원봉사자로 받아 디봇 자국을 단 한 개도 용납하지 않는다.

사흘간 열리는 연습 경기 때 1번홀과 10번홀에서는 `원 볼' 원칙을 견지해 잔디손상 방지에 나서고, 페어웨이와 그린 뿐만 아니라 클럽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냅킨까지 녹색으로 통일할 정도로 클럽관리에 신경을 쓴다.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은 원래는 회원들만 입던 재킷으로 클럽 내에서 회원들을 알아볼 수 있고, 특히 웨이터가 돈을 낼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37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가격은 한벌당 250달러 안팎이다.

우승자는 또 우승할 당시 승부의 결정적 역할을 한 당시 사용된 골프클럽을 기증하는게 전통이며, 대회 개막 다음날인 화요일 저녁에는 전년도 우승자가 클럽 회원과 역대 챔피언들 초청한 가운데 `챔피언스 디너' 행사를 갖는 것이 전통으로 돼있다.

코스중 11, 12, 13번홀의 경우 가장 난 코스이자 희비가 엇가리는 승부가 많이 난다고 해서 `아멘 코너'로 불리고, 16번과 17번홀 중간에는 이 대회 최다 우승기록(6회)을 보유 중인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16번 티박스 뒤쪽에는 4회 우승 기록의 널드 파머의 동판이 설치돼 있다.

또 골프장 내에는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묵은 아이젠아워 캐빈과 9번홀 근처에 `아이크 폰드'로 불리는 연못이 있다.

주최측은 타이틀 스폰서나 기업 후원을 전혀 받지 않지만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대금 및 방송중계료 수입으로 이를 충당한다.

입장권 수입과 TV 중계권료가 각각 1000만달러에 달하며 갤러리들에게 1주일간만 판매되는 기념품 판매 등 부수입도 2천만달러를 넘는 등 마스터스 평균 수입은 4천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자가 현지를 방문한 6일에도 클럽내 기념품 판매점은 하루 종일 긴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대회 수익에 따라 결정되는 우승 상금도 2006년 126만달러에 달하는 등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 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