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혼자서 길거리에 나설 수 없다. 김연아는 '피겨퀸'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한국에서 황후의 대접을 받고 있다."

AP통신이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피겨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있는 전설' 미셸 콴(29.미국)의 뒤를 이을 스타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밴쿠버 동계올림픽 앞으로 1년.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스타를 찾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연아와 아사다의 양자 구도로 좁혀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미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했던 미국의 피겨스타 미셸 콴도 AP통신을 통해 "우리 선수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앞길도 유망하다.

하지만 정작 우승을 못하고 있어서 팬들이 누굴 응원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라며 미국 피겨의 차가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치러지는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출전티켓이 과연 3장으로 늘어날 수 있는지를 판단해줄 잣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7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5개 대회에서 3개를 획득하며 피겨 강국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콴이 부상으로 대회 참가를 포기하면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 미국은 최근 2년 동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무런 메달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이스댄싱과 남자 싱글, 페어 경기가 함께 치러지는 스테이플스 센터 관중석에는 빈자리가 제법 보이고, 팬들의 관심이 떠나다 보니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만 공중파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될 뿐 나머지 경기들은 케이블 TV의 몫으로 돌아갔다.

미국스케이트연맹의 한 관계자는 "나무만 흔든다고 금메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획을 세워 코치들이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