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에 반도핑(금지약물복용 규제)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활동했던 외국인 선수 중 일부가 최근 금지약물 사용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더는 국내 프로스포츠도 `도핑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프로농구에서는 올 초 세 명의 외국인선수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퇴출당해 충격을 던졌다.

프로야구에서도 2007년 국내에서 다승왕을 차지한 뒤 일본으로 진출했던 리오스가 지난 시즌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돼 퇴출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프로 스포츠계는 올해를 본격적인 `도핑 추방'의 해로 삼고 본격적으로 제도 마련 또는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KLPGA, 5월 첫 도핑테스트 실시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맹위를 떨치는 `한국 낭자군단'을 꾸준히 배출해 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오는 5월부터 처음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현재 의사, 도핑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반도핑위원회를 구성 중이며 도핑 처벌규정도 만들고 있다.

내달 말 반도핑위원회가 출범하면 5월 투어 대회부터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첫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KLPGA는 이를 위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와 협약을 맺고 도핑테스트 과정 전체를 위탁할 예정이다.

KLPGA 관계자는 "LPGA가 지난해부터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의 LPGA 진출을 위해서라도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반도핑 `강화'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구 내에 반도핑위원회를 설치하고 2007년부터 자체적으로 도핑테스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매년 수차례 정기적으로 구단별로 3명씩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를 실시해왔지만 현재까지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리오스 사태'로 체면을 구긴 KBO는 기존 테스트 방식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KBO 반도핑위원회는 현재 선수들을 만나 검사 시료를 채취하는 도핑검사관(DCO)을 증원하고 검사 횟수 역시 현재보다는 늘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이 국제 야구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 일본 도쿄에서 열린 WBC 아시아예선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추신수와 이종욱 등 일부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도핑테스트를 받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도핑테스트를 강화하는 것이 추세인데다 솔직히 `리오스 파동'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 프로축구연맹은 4월 중 도핑검사를 관할할 의무위원회를 구성해 올 시즌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국내 K-리그 선수들에 한해 약물 검사가 진행된 적이 있지만 국내 프로축구 경기에서 도핑테스트가 시행된 적은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일단 전반기 리그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더라도 15개 구단별로 선수 1~2명을 무작위로 뽑아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리그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후반기 리그에는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배구, 시범실시 후 8월 본격 시행 = 역시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는 프로배구도 2005년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은 KADA에서 관련 교육을 받는 등 준비를 진행해왔다.

다만 26일 플레이오프가 시작하는 등 일정이 촉박해 즉각 실시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내달 14일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기 전까지 한 두 차례 시범시행한 뒤 8월께 열릴 컵대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설 KOVO 사무총장은 "이번 시즌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한 두 차례 시범실시할 계획이지만 컵대회부터는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라며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들의 대마초 파동에 자극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프로농구, 재발 대책 강구 = 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달 테런스 섀넌(전 서울 SK)과 캘빈 워너(전 안양 KT&G), 디앤젤로 콜린스(전 서울 SK)의 `대마초 파동'을 계기로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금지약물 복용 여부 검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구체적 도핑테스트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며 이르면 다음 시즌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KBL은 전망하고 있다.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국내 선수들도 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미국프로농구(NBA)의 사례를 연구, 불법 마약류를 구분해 제재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한상용 기자 south@yna.co.kr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