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고사하고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생존에 야구 인생을 건 이승엽(33)이 24년 만에 소속팀의 시범경기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26일 인터넷판에서 이승엽이 전날 주니치 드래곤스와 경기에서 연타석 대포를 쏘아 올리는 등 시범경기에서만 홈런 8개를 터뜨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이 1985년 세운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승엽은 2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주니치와 경기에서 1회 2사 1,3루에서 가운데 펜스 전광판 왼쪽에 박히는 선제 3점 아치를 그렸고 3회 2사 후에는 좌중간 스탠드에 솔로포를 꽂았다.

모두 펜스를 못 넘을 것 같은 타구가 쭉쭉 뻗어 홈런이 돼 올해 이승엽의 부활 가능성을 높여줬다.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이 첫 홈런을 손목의 힘으로 넘겼고 두 번째 홈런은 이승엽의 말을 빌려 '손목의 힘과 방망이 다루는 기술'을 잘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재작년 왼쪽 엄지 인대를 수술한 후 지난해 타격감을 찾지 못해 고전했던 이승엽은 두 번째 홈런에 대해 "직구를 기다렸는데 변화구가 왔고 타이밍이 무너졌었다.

작년 같았으면 땅볼이 될 타구였는데 홈런이 됐다"며 기뻐했다.

이승엽은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고자 백스윙을 줄인 폼으로 바꿨고 시범경기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비운 하라 감독을 대신해 요미우리를 이끈 이하라 하루키 수석코치는 "지금 페이스라면 이승엽은 당연히 주전 1루수이자 개막전 5번 타자"라고 극찬하고 있다.

경기 후 홈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는 이승엽은 "지금은 시범경기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면서도 "모처럼 개막전이 즐겁게 다가온다"며 훈련 성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