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고려대)와 함께 국내 여자 피겨를 대표하는 '동갑내기' 김나영(19.인하대)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앞세워 23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실수없는 연기'에 도전한다.

지난 12일 태릉실내빙상장. 김나영은 피겨 국가대표팀 오후 훈련 시간에 맞춰 차가운 실내공기를 가르며 열심히 트리플 플립 점프를 연습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링크에 울려 퍼지던 음악은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제2번 바장조'의 선율이었다.

로망스는 김나영이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했던 당시 사용했던 쇼트프로그램 배경 음악이다.

링크 옆에서 김나영의 훈련을 지켜보던 어머니 신금숙 씨는 "2주전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을 모두 바꿨다"라며 "세계선수권대회 때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나영은 이번 시즌 드라마 '황진이' OST와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각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배경 음악으로 써왔다.

하지만 지난달 동계유니버시아드를 끝낸 김나영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면서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을 모두 바꾸고 스케이트 부츠도 교체하는 '대단한 도전'을 결심했다.

김나영은 쇼트프로그램 음악으로 2007년부터 사용했던 로망스를 다시 꺼내 들었고, 프리스케이팅은 영화 닥터 지바고의 OST인 '라라의 테마'로 결정했다.

김나영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해 11월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지난달 4대륙 대회를 치르면서 실수가 잦았던 김나영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목표를 '실수없는 연기'로 설정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한국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실수를 줄여 순위를 올리는 게 김나영의 과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와 김나영의 순위를 합친 숫자가 28 이하가 돼야만 내년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두 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김나영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위를 차지, 동메달을 따낸 김연아와 더불어 순위 합계를 '22'로 만들어 올해도 한국이 두 장의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이이 따라 김나영은 안정적인 연기를 위해 프리스케이팅에서 과감하게 트리플 살코우 점프를 빼고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과 함께 더블 악셀로만 점프 과제를 구성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