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속출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장기는 적절한 투수교체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계투 작전은 승리의 지름길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 강성우 배터리 코치는 한국을 예선 1위로 이끌면서 궁합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3년 전 1회 대회에서 김 감독과 선동열 수석코치가 보여줬던 신출귀몰한 계투작전에 버금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찬호(36.필라델피아), 서재응(31.KIA), 김병현(30.전 피츠버그) 등 메이저리거가 다수 참가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임창용(33.야쿠르트)만 해외파일 뿐 전원 국내파 선수로 이뤄져 투수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서도 선전 중이기에 김 감독과 두 코치의 절묘한 조화를 더 높게 치는 이도 있다.

◇김인식-선동열 '귀신도 울고 갈 계투책'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코치(삼성 감독)는 3년 전 경기마다 귀신도 울고 갈 완벽한 계투책을 폈다.

박찬호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또 김병현과 구대성(한화), 오승환(삼성)을 집중적으로 투입, 상대 공격의 맥을 철저히 끊었다.

참가 16개국 중 팀 방어율이 2.00으로 가장 빼어났고 이 덕분에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투수 출신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였던 선 코치에게 투수 교체에 관한 전권을 줬고 선 코치는 전혀 상반된 스타일의 투수를 지그재그로 기용, 큰 효과를 봤다.

조범현 코치(현 KIA 감독)가 배터리코치로 참가하긴 했으나 데이터를 이용한 상대팀 전력 분석이 더 큰 임무였기에 투수교체는 온전히 '전문가' 김 감독과 선 코치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둘은 교체 시기를 두고 딱 한 번 의견이 갈렸다고 말했을 정도로 최고의 앙상블을 이뤘다.

◇김인식-양상문-강성우 '수직적ㆍ수평적 조합'
셋은 상하 관계와 명령 하달이 분명한 수직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각자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 중이다.

조직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WBC에 처음 참가한 양상문, 강성우 코치는 투구수 계산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나 현재까지 무난하게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예선에서 거둔 3승이 모두 영봉승이고 팀 방어율이 3.66으로 안정권이라는 점이 이를 뒷밤침한다.

학구파 지도자인 양 코치는 투수들의 컨디션과 투구수를 자세히 점검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 한참 젊어진 투수진을 잘 다독인다.

강성우 코치는 컨디션 점검의 1차 무대인 불펜에서 투수의 공을 직접 확인하고 양 코치에게 보고한다.

김 감독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양 코치와 강 코치는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나 1994년~1997년, 1999년~2000년 투수코치와 포수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었기에 눈빛만 봐도 의중을 서로 잘 안다.

김 감독과 양 코치도 프로에서 인연을 맺기는 처음이지만 출발이 좋다.

김 감독이 9일 일본과 경기에 류현진(한화)을 선발투수로 내세우려던 생각을 바꿔 봉중근(LG) 카드를 내민 것은 양 코치의 적극적인 천거 덕분이었다.

결과는 '의사 봉중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경험이 적은데다 일부 투수는 컨디션 난조를 보여 마운드 운용이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김 감독과 양, 강 코치가 16일부터 열릴 2라운드에서는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피닉스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