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를 잡으면 일본을 넘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라운드 1위 자리를 놓고 이틀 만에 다시 맞붙는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중국과의 3차전에서 14-0,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해 2라운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9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숙적' 일본과 조 1, 2위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으로선 7일 일본에 2-14, 충격의 7회 콜드게임으로 패배한 것을 설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은 왼손투수 봉중근을, 일본은 우완 이와쿠마 히사시를 각각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와쿠마는 지난해 21승 4패(평균자책점 1.87)로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MVP를 동시 수상했다.

일본 공격의 선두에는 스즈키 이치로가 있다. 다시말해 일본의 '사무라이 불꽃 타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치로를 철저하게 봉쇄하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치로는 한국전에서 3안타·1도루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하라 감독과 투수 마쓰자카는 지난 7일 경기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치로가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고 나가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흡족해했다.

대회 전부터 한국을 경계했던 이치로. 그는 김관현 등 한국 투수진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맹훈련을 하며 한국전을 철저히 대비했다. 그 결과는 확실히 나타났다.

1회 초 첫 타자로 들어선 이치로는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쳤다.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나카지마와 아오키가 연속으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치로가 김광현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해주자 다른 타자들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치로의 두 번째 타석은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무사 1,2루의 기회에 들어선 이치로는 기습번트로 한국 내야진을 흔들어놓았다. 당황한 김광현은 타구를 제대로 잡지도, 1루에 공을 던지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 톱타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치로는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선보였다. 장원삼의 낮게 제구된 공을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정확히 때려낸 것. 뒤이어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켜 자신이 보여줄 것은 모두 보여준 셈이 되었다.

이렇게 경기 초반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로 출루해 어김없이 홈을 밟은 이치로. 장타가 아닌 단타, 그리고 빠른 발을 내세운 그 앞에 한국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무라타와 후쿠도메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만큼이나 한국에는 큰 영향으로 다가왔다.

김인식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때와는 일본의 선수 구성이 다르다"며 "일본은 메이저리거 5명이 보강된 반면 한국은 이승엽·김동주·박진만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경기는 큰 점수차로 지든 적은 점수차로 지든 결과는 같은 경기였다"며 " 그러나 1,2위 결승전은 본선 라운드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팀의 공격을 이끄는 이치로는 잡는 것이 일본전을 쉽게 풀어가는 길"이라며 '이치로 잡기' 묘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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