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9타,후반 50타,합계 19오버파 89타.'

세계 최고골퍼들이 모이는 미국PGA투어에서 나온 믿기 어려운 스코어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마티아스 그론버그(39 · 스웨덴 · 사진).그론버그는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골프장 챔피언스코스(파 70 · 길이 7158야드)에서 열린 투어 혼다클래식 첫날 이 같은 '아마추어 스코어'를 내며 최하위인 143위를 기록했다.

한 라운드 89타는 올해 미PGA투어 18홀 스코어로는 가장 높은 것이다. 그론버그는 전반을 39타로 마친 뒤 후반에 50타를 쳤다. 그나마 대회 코스가 파 70이어서 다행이었지 파 72였다면 '더 심한 스코어'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9홀 50타'는 9년 전 필 타타랑기(뉴질랜드)가 그린스보로클래식에서 기록한 이래 처음이다.


그론버그의 스코어카드를 보면 아마추어 '보기 플레이어'를 연상케한다. 7번홀부터 18번홀까지 12개홀에서 무려 18오버파를 쳤기 때문이다. 전반 7~9번홀의 '3연속 보기'는 프로들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의 악몽은 11번홀에서 시작됐다.

그 홀 더블보기를 시작으로 17번홀까지 7개홀에서만 15오버파를 쳤다. 7개홀 스코어는 '더블보기-보기-트리플보기-트리플보기-보기-트리플보기-더블보기'로 어지러울 정도다. 13~16번의 4개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세 차례나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론버그는 프로 20년차의 베테랑이다. 미PGA투어에서는 우승을 못했지만,98유러피언오픈 등 통산 4승을 거뒀다. 지난해 미PGA투어퀄리파잉토너먼트 4라운드에서는 8언더파 64타를 친끝에 공동 18위로 올해 투어카드를 손에 쥔 선수.

몸이 아프거나 그 밖의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89타는 나를 위한 기록"이라며 씁쓸해했다. 외신들도 '3개월 전에 64타를 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모처럼 상위권에 포진했다. 위창수(37 · 테일러메이드)는 첫날 버디 6개에 보기 1개,더블보기 1개를 곁들여 3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4언더파 66타를 친 로버트 앨런비(호주)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위창수는 18번홀부터 4번홀까지 5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며 한때 선두로 나섰으나 핸디캡 1인 6번홀(파4 · 길이 479야드)에서 더블 보기를 하며 2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대기 선수로 있다가 출전 기회를 잡은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은 2언더파(버디3,보기1) 68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유러피언투어의 '10대 기수' 로리 매클레이(19 · 북아일랜드)는 16번홀까지 2언더파로 선전했으나 17번홀(길이 190야드)에서 이른바 '베어(Bear) 트랩'에 발목이 잡혀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 코스는 2001년 잭 니클로스가 재설계했는데 15번(파3) 16번(파4) 17번(파3)홀을 특히 어렵게 만들어 세 홀을 그의 별명을 따 베어 트랩으로 부른다.

매클로이는 그러나 길이 604야드인 18번홀(파5)에서 2온 후 버디를 잡고 이븐파 70타의 공동 28위로 경기를 마쳤다. 매클로이는 이날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45.5야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