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가라, 그리고 뛰어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에서 6일 밤 첫 상대인 대만과 맞붙는 한국 대표팀의 1번 타자 이종욱(두산)에게 내려진 지상 과제다.

대만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구단간 두 차례 평가전을 지켜본 한국 코치진은 대만 투수력이 생각보다 세고 좌타 라인이 힘이 있다면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약점도 분명히 보였다.

특히 수비가 취약하다.

대표팀에서 오래 활동했던 베테랑들이 대거 빠지고 마이너리거들이나 젊은 유망주 위주로 팀이 구성되면서 수비수끼리 호흡이 거칠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대만 수비진은 공식 실책만 3개를 저질렀다.

기록은 안됐지만 실책이나 다름없는 어설픈 수비는 더 많았다.

예치시엔 대만 감독도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라며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런 점에서 이종욱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비가 허술하면 `발야구' 위력이 얼마나 커지는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팀 선두타자였던 이종욱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도루 2개를 기록하며 `발야구'를 이끌었다.

특히 일본과의 예선전 9회초 2사 1,3루 당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본 포수의 악송구를 이끌어내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 것은 이종욱이 보인 발야구의 위력이다.

2일 세이부 라이온즈와 평가전에서 1회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이종욱이 2루를 훔친 뒤 김현수의 안타 때 홈을 밟은 것도 역시 전형적인 `발야구'의 성과였다.

여기에다 이종욱이 출루 이후 여차하면 뛸 태세를 갖춘다면 상대 투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타석에 선 동료들에게도 이종욱의 `빠른 발'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WBC 조직위원회가 한국팀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이종욱이 그 이름값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