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이거를 꺾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내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타이거를 의식한다면 그를 이길 수 없다. "

8개월여 만에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무릎 꿇린 팀 클라크(남아공)가 담담하게 밝힌 승리의 원동력이다. 세계랭킹 33위 클라크는 미국PGA투어 액센츄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2라운드(32강전)에서 우즈를 일방적으로 꺾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미PGA투어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해 이름도 낯선 클라크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CC(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우즈를 4&2(두 홀 남기고 네 홀차 승리)로 완파했다. 우즈는 첫날 브렌든 존스와의 경기를 16번홀에서 마무리했으나,이날은 자신이 16번홀에서 지고 말았다.

무릎 수술 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즈는 화려한 복귀전을 노렸지만 이틀만 경기를 하고 짐을 쌌다.

투어 복귀 첫날 64강전에서 정교해진 샷을 보여줬던 우즈는 클라크와 맞붙은 32강전에서는 샷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우즈는 클라크와 10번홀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다가 11~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맞고 무너졌다.

우즈는 11번홀(파5)에서 네 번째 샷을 간신히 그린에 올린 뒤 파퍼트마저 실패한 반면,클라크는 세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여 우즈로부터 '컨시드'(기브)를 받고 1홀차로 앞서 나갔다. 우즈는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은 클라크에게 홀을 내줬고,13번홀에서도 2m 거리의 파퍼트가 홀을 훑고나오는 바람에 버디퍼트를 성공한 클라크에게 3홀차로 뒤진 채 끌려갔다. 14번홀(파4) 그린 앞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2홀차로 좁힌 우즈는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OB가 나면서 추격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클라크는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렸지만 파를 지켜 다시 3홀차로 벌렸다. 클라크는 16번홀(파3)에서 버디 기회를 만들며 그린을 놓친 우즈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클라크는 "우즈를 꺾으려면 마음을 비우고 부담 없이 쳐야 한다. 내 방식대로 경기를 한 끝에 크나큰 승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16강전에서 유럽의 10대 기수인 랭킹 17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대결한다. 1997년 US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1998년 프로로 전향한 클라크는 2000년 내이션와이드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한 뒤 2001년 미PGA투어에 뛰어들었지만 2006년 마스터스에서 2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우즈는 "매치플레이에서는 버디를 많이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클라크는 안정된 경기를 펼치는 훌륭한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우즈는 2주 후 CA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세계랭킹 11위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도 45위 올리버 윌슨(잉글랜드)에게 2홀차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윌슨은 전날 최경주(39 · 나이키골프)를 꺾은 선수다. 필 미켈슨(미국),지오프 오길비(호주),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짐 퓨릭(미국),어니 엘스(남아공)등이 16강에 합류한 반면 비제이 싱(피지)은 연장전 끝에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