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건재함을 알리는데는 18개홀이 필요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받고 돌아온 우즈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 골프장(파72.7천833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GC 악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64강전에서 브렌든 존스(호주)를 3홀차로 앞선 16번홀 그린 위에서 경기를 끝내며 8개월여만에 복귀 신고를 했다.

정확히 253일만에 PGA 투어에 복귀한 우즈는 그동안 골프팬들이 그리워했던 것을 1번홀(파4)부터 확실히 보여줬다.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인 `TW'가 새겨진 하얀 모자를 쓰고 필드에 나선 우즈는 첫번째 티샷을 보기 위해 겹겹이 둘러싼 갤러리 앞에서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뒤 8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면서 버디를 잡아 앞서 나갔다.

2번홀(파5)에서도 존스로부터 컨시드를 받고 2홀차로 벌린 우즈였지만 복귀전에 대한 부담 탓인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7번홀(파4)에서는 보기를 하는 바람에 1홀을 내준 우즈는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2홀차로 앞서 나갔다.

존스는 일방적으로 우즈를 응원하는 갤러리 속에서도 선전을 펼쳤지만 후반 들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한 우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존스는 12번홀(파3)에서 보기로 1홀을 다시 잃었고 우즈는 13번홀(파5)에서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우즈는 티샷을 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골프채로 땅바닥을 쳤지만 볼은 러프를 피해 페어웨이로 갔다.

두번째 샷은 홀을 지나쳐 그린 가장자리까지 굴러갔지만 우즈는 5m 거리에서 퍼터로 마무리하며 이글을 잡아냈다.

14번홀을 끝낸 뒤 4홀차로 앞서 도미 상황을 만든 우즈는 15번홀(파4) 이글로 추격해온 존스를 결국 16번홀(파3)에서 굴복시켰다.

16번홀에서 티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떨어뜨린 우즈는 두번째 샷을 홀 1m도 안되는 곳에 붙인 뒤 파로 마무리, 같이 파를 한 존스와 비겼지만 더 이상의 경기는 필요가 없었다.

우즈의 2회전 상대는 팀 클라크(33위.남아공)로 정해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최경주(39.나이키골프)와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랭킹 20위 최경주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세계랭킹 45위 올리버 윌슨(잉글랜드)에게 덜미를 잡혔다.

작년 대회에서 8강까지 올랐던 최경주는 1번홀(파4)을 따내며 기선을 잡았다가 7번홀까지 팽팽하게 맞섰지만 이후 3개홀을 내주면서 승리를 넘겨줬다.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앤서니 김은 린원탕(대만)을 맞아 5개홀을 남기고 7홀을 앞서는 완승을 거뒀다.

앤서니 김은 최경주를 꺾은 윌슨과 32강에서 대결한다.

세계랭킹 2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4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첫 판에서 탈락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가르시아는 칼 슈바르첼(63위.남아공)에게 18번홀(파4) 역전패를 당했고 해링턴 역시 팻 페레스(62위.미국)를 상대로 1홀 차로 졌다.

가르시아는 15번홀까지 2홀을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이후 세 홀을 내리 뺏겨 탈락했다.

필 미켈슨(3위.미국)은 앙헬 카브레라(55위.아르헨티나)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연장 첫 홀에서 이겼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