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훈련을 나가면서 용돈도 못 가져가요.훈련비에 자비를 보탤 수도 없어요.버는 돈이 없으니까요..."

수화기 건너로 들려오는 김흥수(29) 스키점프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금메달의 기쁨과 함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단체전 출전을 앞둔 우울함이 교차했다.

대표팀은 21일 중국 야부리 스키장에서 치러진 제24회 동계유니버시아드 남자부 스키점프 K-90 개인전에서 김현기(26.대구과학대)가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지난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대회 이후 6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김현기는 지난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대회 때 K-90 단체전 우승의 주역을 활약했던 터라 이날 개인전 우승의 기쁨은 더욱 컸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지난 2003년 대회 때 나섰던 최흥철(28), 김현기(26), 최용직(27), 강칠구(25.이상 대구과학대)를 비롯해 사령탑으로 변신한 김흥수(29) 감독까지 그대로 출전해 6년 전 영광 재현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져진 강한 조직력이 대표팀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세대교체를 할 수 없었던 열악한 훈련 상황을 생각하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김흥수 감독은 이날 연합뉴스와 국제전화에서 "지난 2003년 대회 때 금메달을 따고 나서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라며 "여전히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아쉬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동계유니버시아드는 만 28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어 최용직과 최흥철은 이번이 마지막 대회"라며 "하지만 두 선수의 뒤를 이을 자원이 없어서 사실상 단체전 출전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탄식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열악한 훈련 환경이다.

종목의 특성상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밖에 없지만 대한스키협회와 대한체육회에서 지원하는 돈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기 어렵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비가 2천만원 정도 든다.이 돈으로는 훈련장 대여비와 식비도 빠듯하다"라며 "그렇다고 선수 대부분이 사실상 '백수' 상태여서 사비를 털 수도 없다.개인 용돈도 없이 해외훈련을 치르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나마 김현기와 최흥철은 최근 하이원 소속의 실업선수가 됐지만 다른 선수들은 몇 년째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다 보니 돈을 벌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이번 금메달로 스키점프는 또 한 번 여론의 주목을 받겠지만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는 게 김 감독의 솔직한 속내다.

'반짝 관심'보다는 봅슬레이 대표팀처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해서다.하지만 김 감독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하고 있다"라며 "선수들이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