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예년과 달리 확실한 4번 타자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파크에서 전지훈련 사흘째를 맞은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한화 이글스와 첫번째 평가전을 앞두고 "아직 중심타순도 제대로 못 정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미국프로야구 소속인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포지션에 따라 이대호(27.롯데)와 김태균(27.한화)의 타순이 유동적인 탓이다.

추신수가 외야수로 나서면 1루로 포지션이 겹치는 이대호와 김태균을 지명 타자와 1루수로 돌려 기용할 수 있지만 클리블랜드 구단이 추신수가 외야수로 나설 게임 수를 제한하면서 일이 꼬였다.

최악에는 이대호를 3루로 기용할 수 있으나 대표팀에서 이대호는 현재 1루 수비에만 전념 중이다.

이는 수비 포메이션 뿐 아니라 타순 전체에도 직결된 문제다.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추신수의 WBC 출장에 제한을 뒀다.

3월5일부터 열리는 예선전에서는 지명 타자로 2경기, 외야수로는 1경기만 내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8강 본선에서는 외야수로 2경기, 지명 타자로 1경기로 선을 그었다.

"추신수가 우익수로 나서야 최상의 조합이 나온다"는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가 구단으로부터 하달받은 지시사항을 확실히 알 수 없기에 그가 합류하는 25일 이후에나 타순의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이 중심 타자라는 점만 결정됐을 뿐 순서는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추신수가 외야수로 계속 나서줄 수 있느냐에 따라 중심 타선이 결정되는 셈이다.

김 감독은 "이대호를 3루수로 기용하면 박빙 상황에서 한 방이 필요할 때 유리할 수도 있으나 수비를 강화해야 할 때는 벤치로 불러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대호를 그렇게 쓰기에는 아까운 선수 아니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간 대표팀에서는 김동주(33.두산)가 4번 타자를 장기집권 하다 베이징올림픽을 거치면서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바통이 넘어갔으나 이번에는 여러 사정상 상대팀에 따라 4번 타자가 바뀌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놀룰루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