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군포 수리고)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대결은 싱거울 정도로 김연아의 완승으로 끝났다.

김연아는 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실내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24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웠지만 아사다는 점프와 스핀의 난조로 57.86점에 그쳤다.

두 선수의 점수 차는 무려 14.38점이나 벌어졌다.

아사다 마오가 절정의 컨디션을 보인 김연아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하려면 7일 치러질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 점프를 포함해 총 7차례 트리플 점프를 모두 성공해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133.13점 이상을 받아 190점대에 진입해야만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사다는 이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5점)의 두 번째 점프가 2회전으로 인정돼 기본점 7점에 1.6점 감점을 받아 5.4점에 그쳤다.

트리플 플립을 제대로 뛴 점수보다 손해를 본 것.
이미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을 하루 앞든 공식훈련부터 프리플 루프가 프리로테이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실전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또 연이은 트리플 러츠에서는 도약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2회전으로 돌고 떨어지면서 또다시 감점을 받고 말았다.

그동안 아웃에지 대신 인에지를 쓰면서 '플러츠'로 불리며 비난을 받았던 아사다의 트리플 러츠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또 한 번 말썽을 부리고 말았다.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일본 언론으로부터 트리플 러츠에 이상이 생겼다는 지적을 받았고, 자신도 공식연습 때 러츠를 계속해서 반복했지만 끝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점프뿐 아니라 플라잉 싯스핀과 레이백 스핀마저 레벨 2에 머물면서 아사다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최악의 연기를 보여줄 때 받았던 58.12점보다도 떨어지는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으로 상승세에 오른 아사다가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전일본선수권대회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수 있다.

아사다는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65.30점)과 프리스케이팅(117.15점)에서 각각 2위에 그쳤지만 총점 182.45점으로 힘겹게 우승했다.

이때도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이번 대회와 똑같은 이유로 감점을 받았고, 레이백 스핀도 레벨2에 머물렀다.

또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차례 트리플 악셀 점프가 모두 2회전으로 인정받았고,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다운그레이드됐다.

전일본선수권대회를 통해 자국 심판들에게 심한 견제를 받으면서 정신적인 슬럼프에 빠졌을 수도 있다.

또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스케이트연맹이 아사다 측에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와 결별하라는 압력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대회에 동행하지 않은 타라소바 코치와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아사다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160점대로 부진했지만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191.13점으로 우승했던 만큼 금방 극복할 가능성도 크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