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9.군포 수리고)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2.24점)으로 1위를 확정하는 눈부신 연기를 끝내는 순간 펜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브라이언 오셔(48.캐나다) 코치는 감격에 겨워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김연아가 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실내빙상장에서 치러진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두에 오르는 순간 오셔 코치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환타스틱 연아"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오셔 코치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면에서 최고의 연기였다"라며 "쇼트프로그램에서 강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기뻐했다.

오셔 코치는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지난 2007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두 차례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종합적으로 잘했다.

매우 자신감이 넘쳤고 표현력도 뛰어났다"라며 "모든 연기 요소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라고 칭찬했다.

이번 4대륙 대회는 오셔 코치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가 3연패 달성에 실패하자 오셔 코치의 실망감도 컸다.

특히 김연아가 오랜만에 부상도 없이 시즌을 치러오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왔지만 뜻하지 않은 점프 실수로 대기록 달성을 놓쳐서다.

이 때문일까.

이날 쇼트프로그램을 치르려고 김연아가 빙판에 나서는 순간부터 오셔 코치는 펜스 코치석에 서서 마치 김연아와 일심동체가 돼 함께 연기를 따라 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러츠를 뛸 때는 김연아의 회전 모습까지 흉내 냈고, 안전하게 착지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연이어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려고 하자 오셔 코치도 도약 순간에 함께 살짝 점프를 했고, 스파이럴에서는 정지 동작의 유지 시간 3초를 손가락으로 세기도 했다.

마지막 콤비네이션이 스핀이 끝나고 마무리 포즈를 취하자 오셔 코치도 덩달아 양손을 번쩍 들고 1위를 확신하는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끝내고 들어오는 애제자와 포옹을 하며 환상적인 연기를 축하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