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는 홀 오른쪽 끝을 보라고 했는데..."

2009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나상욱(26.타이틀리스트)이 1타차로 우승 기회를 놓쳤다.

나상욱은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7천216야드)에서 열린 FBR오픈 마지막날 3언더파 68타를 치며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18번홀(파4)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흐르면서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다.

PGA 투어 첫 우승을 노렸던 나상욱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48세의 노장 케니 페리(미국.14언더파 270타)가 연장 세번째 홀에서 찰리 호프먼(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주 봅호프 클래식에서 컷 탈락했던 나상욱은 부진을 털어내며 소니오픈 공동 5위를 포함해 올 시즌 세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두차례나 톱10에 드는 좋은 성적을 냈다.

2004년부터 PGA 투어에 합류한 나상욱은 작년 이 대회에서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유난히 애리조나 지역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 동료들 사이에서는 `애리조-나'로 통한다고.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였던 나상욱은 페리, 스콧 피어시(미국)과 함께 올 시즌 처음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맞았다.

나상욱은 전반에 보기 2개, 버디 3개로 1타를 줄여 선두권을 유지하다 10번홀(파4)에서 2m짜리 파퍼트를 놓쳐 선두에 4타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나상욱은 12번홀(파3)과 13번홀(파5) 연속버디에 이어 15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는 위기 속에서도 1타를 줄여 이때까지 공동 선두 호프먼과 페리에 1타차로 따라 붙었다.

17번홀(파4)에서 나상욱은 파로 홀아웃하고 페리가 버디를 잡아 2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지만 18번홀(파4)에서 다시 기회가 왔다.

티샷을 벙커로 날려 보낸 페리가 1타를 잃었고 두번째 샷을 홀 2.5m 옆에 떨군 나상욱은 버디 퍼트만 성공시키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중하게 라인을 보고 친 퍼트는 홀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빗겨나면서 나상욱의 우승 기회는 날아가 버렸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상욱은 "캐디(케니 함스)가 홀 오른쪽 끝으로 치라고 했는데 나는 홀 가운데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거의 가운데를 보고 쳤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내년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연장전에서는 페리가 연장 세번째 홀인 17번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통산 13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해 48세가 된 페리는 1967년 줄리어스 보로스가 세운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46세)을 갈아치웠다.

한편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는 이븐파 284타로 공동 57위에 머물렀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