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이 교체된 대한야구협회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조짐이다.

29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새로운 야구협회장이 된 강승규(46) 회장은 30일 협회로부터 곧바로 기존 임원 명단을 제출받고 신임 집행부 구성에 들어갔다.

선거 결과 강 회장이 민경훈 전 회장을 11-9로 가까스로 이겼듯이 협회는 두개의 파벌로 완전히 나뉜 상태다.

특히 정치인인 강회장은 대의원총회 직전까지 야구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을 뿐 아니라 단 한번도 직접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지방 대의원들이 담합해 회장으로 추대한 상황이라 협회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임 집행부 구성에서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규석 심판이사의 유임 여부다.

프로야구 원년 심판 출신인 이규석 심판이사는 2001년 마스크를 벗었을 때까지 2천214경기에 출장해 아직도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심판 시절 엄격하고 까다로운 잣대와 추상같은 판결로 최고의 명심판으로 평가받았던 이규석 심판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한야구협회에 재정 지원을 시작한 2003년부터 6년째 아마야구 심판이사를 맡아왔다.

KBO가 이규석 전 심판을 아마야구 심판이사로 추천한 것은 단 한가지 이유였다.

온갖 편파 판정과 부정부패가 만연해 `비리의 온상'으로 불리던 아마야구를 완전히 정화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규석씨가 야구협회 심판이사를 맡은 이후 고교야구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판정 시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뇌물 사건도 상당부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규석 심판이사를 `눈엣 가시'처럼 여긴 것이 사실이었고, 신임 집행부 구성에서도 물갈이 1호 대상자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강승규 회장을 지지했던 협회 이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쪽(민경훈 회장 지지파)에서 이런 저런 소문을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임 집행부는 회장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협회 올해 예산 25억4천만원 중 60%에 가까운 15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KBO는 아마야구의 무원칙한 집행부 구성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KBO가 아마야구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건전한 야구 발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옛날처럼 다시 편파 판정과 비리가 드러난다면 그냥 두고 볼 수 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논란 속에 아마야구 수장에 오른 강승규 야구협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집행부를 구성할 지 야구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