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김(24)의 불꽃 추격도 제프 오길비(호주)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앤서니 김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코스(파73.7천41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71타를 치며 선두를 추격했지만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에 다소 흔들렸던 오길비는 후반들어 점차 페이스를 되찾아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새해 첫 대회를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장식했다.

2006년 US오픈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5승을 올린 오길비는 이 골프장으로 옮겨 개최된 1999년 이후 어니 엘스(남아공.2003년), 비제이 싱(피지.2007년)과 함께 나흘 연속 선두를 지킨 우승자로 기록됐다.

앤서니 김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11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올랐다.

오길비에 7타나 뒤진 공동 4위에서 출발한 앤서니 김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냈고 8번홀(파3)까지 2타를 잃은 오길비에 1타차까지 쫓아갔다.

앤서니는 기적같은 역전승까지 꿈꿨지만 사흘동안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은 오길비의 저력은 무서웠다.

오길비는 9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6.4m 이글퍼트를 집어넣어 3타차로 벌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웬만해서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아이언으로 신중하게 공략하던 오길비는 10번홀(파4)에서도 6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은데 이어 12번홀부터 15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오길비는 "이렇게 큰 타수차로 앞선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적이 없어 오히려 불안했다"며 "경기 시작 2시간 전보다 끝나기 전 2시간이 더 즐거웠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큰 것 한방이 필요했지만 12번홀(파4) 버디를 17번홀(파4) 보기로 바꾸고 말았다.

이미 우승컵을 넘겨준 앤서니는 18번홀(파5)에서 274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번째 샷을 홀 한뼘 거리에 붙이고 가볍게 퍼트로 마무리하는 알바트로스성 이글로 마무리하면서 팬 서비스를 했다.

앤서니는 "오길비가 많은 버디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후반 홀 그린에서 라인을 읽기가 힘들었다.

오길비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단독 2위에 오르는 듯 했으나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바람에 공동 2위로 시즌 첫 대회를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