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19.단국대)이 주종목이었던 1,500m에서도 다시 자신의 기록을 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태환은 17일 낮 서울 시내 한 중식당에서 SK텔레콤 전담팀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하고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새해 구상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먼저 "목표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등 내게는 과분하고 뜻 깊은 한 해였다.

내년에도 중요한 대회가 많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태환은 내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 2회 연속 우승과 1,500m 기록 향상을 목표로 일단 새해 1월3일부터 2월11일까지 6주간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박태환은 특히 자신의 주종목이었던 자유형 1,500m의 기록 단축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는 "아시안게임 이후 1,500m에서 잇달아 부진했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를 했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500m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단 내 기록을 깨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를 때 1,500m에서 14분55초03으로 아시아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의 장린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14분45초84로 기록을 10초 가까이 단축해버렸다.

반면 박태환은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호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베이징올림픽 1,500m에서 잇달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병행하면서 1,500m에서 부진했다.

둘 모두 완벽하고, 만족하는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며 새롭게 각오를 밝혔다.

미국의 장거리 대표 선수인 라슨 젠슨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길러낸 데이브 살로 USC 수영팀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새해 전훈에서 지구력 및 턴 동작 등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계획인 박태환은 "세밀한 부분만 좀 더 가다듬으면 내 기록을 깨는 것은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미국을 처음 방문하게 된다는 박태환은 전훈 기간 영어 공부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전국체전 이후 오전 문법, 오후 회화 위주로 특히 영어 공부에 신경을 써왔다는 그는 미국에서도 전담 교사를 두고 영어 실력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박태환은 "처음부터 잘 걷는 아기는 없지 않나.

미국에 가기 전 조금이라도 다듬고 가야 좋을 것 같아 열심히 공부했다.

미국에 가서 수영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도 쌓아 세계선수권은 물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가서도 말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태환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 막을 내린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쉽게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실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김연아(18.군포 수리고)에 대해 "홈에서 열린 대회에 처음으로 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면서 " 경기 후 '수고했다'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당시 TV로 중계를 부분부분 지켜봤다는 그는 "관중이 경기 중 인형을 던지더라"고 말한 뒤 옆에서 '경기 중이 아니고 경기 후'라고 고쳐 주자 "내가 착각했구나"라며 미소를 지어보였고, 이어 '한국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면 어떻겠냐'는 물음이 나오자 바로 "정말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소리로 말해 웃음꽃이 피게 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자신이 눈부신 할약을 한 반면 축구대표팀은 부진해 네티즌 사이에서 '축구장에 물 채우라'는 비난글이 화제가 됐었다는 말이 나오자 "당시는 그런 얘기를 알지 못했다"면서 "훌륭한 경기장이 많은 축구처럼 수영도 지원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

세계적 수준의 수영장이 있어 국제대회도 치르고 훈련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