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프로축구가 컵 대회와 K-리그 챔피언을 모두 차지한 수원 삼성의 환희를 끝으로 9개월여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 3월8일 포항-전남 개막전으로 막을 올린 프로축구는 수원의 초반 독주와 치열한 6강 플레이오프 싸움, 정규리그 후반기를 달군 '귀네슈 열풍'을 앞세워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기록도 풍성했다.

올해 가장 많은 294만5천400명이 경기장을 찾아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기록을 경신했고, 장신 공격수 우성용(울산)은 개인 통산 최다골(115골)의 영광도 차지했다.

또 '영원한 야인' 김호 대전 감독은 K-리그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통산 200승 고지를 넘어섰고, 김정남 울산 감독은 역대 감독 통산 최다승(209승)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정규리그 막바지에 이청용(서울)이 상대 선수에게 볼과 상관없는 분풀이성 '이단 옆차기' 반칙으로 퇴장 명령을 받았던 것은 옥의 티였다.

더불어 조광래 경남FC 감독이 지난 5월 거친 항의로 35분 동안 경기를 지연시켜 5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고, 7월에는 김호 감독도 판정문제로 주심과 신경전을 펼치다 5경기 출전정지를 당하는 등 사령탑들의 중징계도 줄을 이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쓸쓸히 성남으로 복귀한 이동국과 네덜란드 생활을 접고 수원에 자리 잡은 이천수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팬들의 시야를 벗어났다.

시즌 초반 돌풍은 수원의 몫이었다.

수원은 정규리그와 컵 대회를 합쳐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18경기 무패(15승3무)행진을 달리는 동안 무려 36골을 쏟아냈다.

반면 실점은 단 9점. 경기당 평균 2득점에 0.5실점이라는 뛰어난 공수 균형을 자랑했다.

이를 통해 수원은 4월5일 처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이후 8월31일까지 무려 5개월 가까이 선두를 질주했다.

수원은 정규리그뿐 아니라 컵 대회에서도 연승행진을 거듭하면서 6승3무1패의 뛰어난 성적으로 가볍게 A조 1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선착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수원의 조직력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중원을 지켜왔던 '슈퍼 루키' 박현범을 시작으로 주장 송종국과 공격수 신영록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조직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상민, 마토, 곽희주, 이정수 등 주전 포백(4-back)이 모두 부상을 당하는 황당한 상황 속에 차범근 감독은 공격수 김대의와 남궁웅을 수비수로 내세우는 고육지책까지 썼지만 9월 말 선두를 내주고 3위까지 내려앉는 위기에 봉착했다.

수원의 하락세에 상대적으로 득을 본 것은 성남 일화였다.

성남은 지난 9월13일 수원을 끌어내리고 1위에 올라섰고, 한 달 가까이 선두를 지키면서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패배의 아픔을 되갚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성남의 '반짝 상승'은 후반기에 몰아친 귀네슈 열풍과 수원의 회복세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찻잔 속 태풍'에 머물고 말았다.

수원은 성남이 주춤하는 사이 부상자들이 복귀하면서 11월1일 선두에 복귀했고, 서울은 정규리그 19경기 무패(11승8무) 행진 속에 10월 중순 잠시 수원과 성남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서울은 수원과 동률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골 득실에서 뒤지면서 정규리그 1위를 내줬고, 성남은 3위로 추락해 결국 김학범 감독의 사퇴까지 이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포항의 '파리아스 매직'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는 통하지 않았고,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K-리그 최고 라이벌 수원과 서울이 맞붙어 역대 챔프전 사상 최다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챔프전 1차전에서 1-1로 비긴 수원은 2차전 홈 경기에서 끝내 2-1 승리를 거두면서 통산 4번째 K-리그 우승과 함께 지난 11월 컵 대회 우승까지 합쳐 '더블'을 달성하면서 화끈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