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출전이 결정돼 많이 긴장되지만 최선의 연기를 펼치고 오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5차 대회 '컵 오브 러시아(20~23일 모스크바)' 출전권을 따낸 김나영(18.연수여고)이 정확한 점프에 한 단계 올라선 표정연기를 앞세워 메달권 진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나영은 출국을 하루 앞둔 18일 마지막 훈련에 앞서 "갑자기 참가가 결정돼 아직 기분이 멍하다"며 "솔직히 긴장도 많이 되고 부담도 크다"고 웃음을 지었다.

여자 싱글 세계랭킹 2위인 '동갑내기' 김연아(군포 수리고)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높은 37위에 랭크된 김나영은 애초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27~30일.도쿄)에만 초청됐으나 5차 대회 출전자 2명이 부상으로 참가를 포기하면서 대체 선수로 뽑혔다.

그 와중에 피겨 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5차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김나영은 "두 대회를 한꺼번에 치르게 돼 부담스럽지만 연습했던 대로 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 프로그램 적응도 역시 많이 끌어올렸다"라고 밝혔다.

애초 그랑프리 1개 대회만 생각해서 오른쪽 무릎 통증치료와 훈련일정을 잡았던 김나영은 5차 대회 출전이 결정되면서 서둘러 지난 15일 무릎에 치료용 주사를 맞아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김나영은 지난 2월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158.49점으로 4위를 차지할 때도 무릎 통증으로 급하게 침을 맞고 출전하는 등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나영은 "3월 세계선수권대회(19위)를 끝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용선생님을 초빙해 표정과 손끝 연기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대회에서 예술점수(PCS)를 높이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나영은 이번 시즌에 4대륙 대회에서 갈라쇼 프로그램으로 썼던 드라마 황진이의 배경음악을 쇼트프로그램으로 쓰고, 주니어시절에 사용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채택했다.

신혜숙 코치는 "점프 기술과 힘이 좋은 반면 예술적인 표현력이 조금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며 "무릎통증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6차 대회에 앞서 실전 경험을 쌓아보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