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다승왕이 다섯명'

2008 한국프로골프(KPGA) 시즌이 16일 NH농협 KPGA선수권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개 대회가 치러진 한국프로골프는 양적 성장은 두드러졌지만 질적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투어를 지배하는 절대 강자가 없어 '도토리 키재기' 또는 '우승컵 나눠먹기'가 이제는 한국프로골프의 고질병이 됐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올해 19개 대회에서 탄생한 챔피언은 무려 14명.
두차례 우승한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황인춘(34.토마토저축은행), 배상문(22.캘러웨이), 최경주(38.나이키골프), 그리고 앤드류 매켄지(호주) 등 다섯명이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미국 남녀 프로골프가 타이거 우즈와 로레나 오초아라는 걸출한 1인자를 앞세워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도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의 신들린 샷이 인기 몰이의 발판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라이벌 구도가 전개된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괴물 신인' 김경태(22.신한은행)와 '승부사' 강경남(25.삼화저축은행)이 펼쳤던 경쟁으로 프로골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만 올해는 그나마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김형성과 황인춘의 상금왕 각축전이 배상문의 한국오픈 우승으로 싱겁게 막을 내려버렸다.

아쉬운 것은 충분히 절대 강자에 오를 수 있었던 김형성의 뒷심 부족.
김형성은 12차례 톱10에 진입했고 평균 타수 1위(71.1타), 그린 적중률 1위(69.7%), 평균 퍼트수 4위(1.8개)에 오르고도 2승에 그쳤다.

준우승만 네차례만 차지한 성적표만 보더라도 일단 우승 기회가 오면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정신력이 아쉬웠다.

상금왕에 오른 배상문이 미국 진출 준비 때문에 시즌 막판 4개 대회를 빠진 것도 투어가 맥이 풀린 원인이 됐다.

배상문 등 젊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노리느라 국내 대회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은앞으로 한국프로골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등장했다.

그래도 한국프로골프는 연중 쉴 틈없이 대회를 개최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투어에 버금가는 어엿한 투어의 모습을 갖췄다.

2004년 8개 대회였던 한국프로골프는 2005년 16개, 2006년 18개, 작년 17개에 이어 올해 19개 대회가 열려 실전 경험이 풍부해진 선수들의 경기력도 덩달아 향상됐다.

힘과 기술에서 앞서는 20대 선수들이 투어의 주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작년과 다를 바 없었다.

투어 대회 우승자 14명 가운데 30대 선수는 황인춘, 최호성(35), 김형태(32.테일러메이드) 등 3명 뿐이고 40대 선수는 강욱순(42.안양베네스트) 혼자였다.

강욱순이 부활의 나래를 폈고 잊혀져 가던 '신동' 김대섭(27.삼화저축은행)도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며 김위중(27.삼화저축은행), 강경술(21.김안과병원), 최호성은 무명 탈출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2년째를 맞은 외국인 시드 제도는 올해 3개 대회에서 2명의 외국인 우승자를 배출했고 특히 매켄지는 첫 외국인 다승 선수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