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승리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충전하고 월드컵 최종예선 일전에 나서겠다'

15일(한국시간) 새벽 1시 카타르 도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한국-카타르 평가전을 앞둔 허정무(53) 축구대표팀 감독과 브뤼노 메추(54) 카타르 감독은 첫 맞대결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모의고사다.

특별한 인연의 두 감독은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평가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허정무 감독과 메추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오후 7시 한국 대표팀이 알사드 스타디움을 찾아 훈련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메추 감독이 카타르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스탠드로 올라가 한국 선수들의 미니게임을 지켜보는 바람에 둘이 만나 악수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먼 거리에서 지켜보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허 감독과 메추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19일 움베르투 코엘류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중도하차하자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사령탑 모시기에 나섰고 후보 9명 중 메추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목돼 당시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까지 날아가 당시 알아인 FC 지휘봉을 잡고 있던 메추와 만났다.

그러나 메추가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한국행은 불발됐다.

허정무 감독은 "조 본프레레 감독이 선임되기 직전 메추를 감독으로 데려오려고 접촉한 적은 있지만 실제 경기를 해본 적은 없다"며 메추와 인연을 털어놨다.

메추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세네갈 사령탑을 맡아 8강 진출을 일궈내는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명장.
이후 UAE의 알아인을 지도하며 200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고 2006년 6월부터 UAE 대표팀을 맡아 작년 1월 최초로 걸프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올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같은 B조에 속한 UAE는 1차전 북한과 홈경기 1-2 패배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 홈경기에서도 역시 1-2로 덜미를 잡혔고 메추 감독은 결국 책임을 지고 9월22일 UAE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수석코치였던 도미니크 배터니 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UAE는 지난달 15일 한국과 최종예선 2차전에서 0-4 완패를 당했다.

허 감독과 메추 감독간 사령탑 지략대결이 불발된 것이다.

메추는 곧이어 카타르 대표팀을 맡았지만 취임 후 호주와 최종예선 0-4 대패에 이어 이란과 평가전 0-1 패배로 체면을 구겼다.

카타르는 최종예선 A조에서 1승1무1패로 호주(2승)와 일본(1승1무)에 이어 3위로 밀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또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기이 열리는 20일에는 월드컵 진출에 분수령인 일본과 일전이 예정돼 있다.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 1-1 무승부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허정무 감독은 UAE전 대승으로 한숨을 돌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3차전에서 19년간 이어진 `무승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다.

허 감독과 메추 감독은 일전을 앞둔 평가전에서 전술을 시험하면서 승리로 자신감을 충전하겠다는 건 똑같은 마음이다.

메추 감독은 "두 차례 한국 대표팀 문제로 접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팀과 약속돼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한국과 인연이 비켜간 것에 아쉬움을 표시한 뒤 "우리는 일본과 경기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평가전이 양팀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