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SK와 두산 베어스간 `마지막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6일 주인공이 가려지는 시즌 MVP를 놓고 두 팀이 다시 한 번 충돌한 것. 가장 유력한 MVP 후보가 바로 20살 동갑내기이자 SK와 두산 투타의 핵심인 김광현과 김현수이기 때문이다.

SK는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김광현을 팀 창단 후 첫 MVP로 만들어 `퍼펙트 2008 시즌'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인 반면, 한국시리즈에서 석패한 두산으로서는 MVP만큼은 SK에 뺏기지 않겠다며 `김현수 MVP 만들기'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두 팀은 하루 간격으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소속팀 선수 MVP 만들기를 위한 `공중전'을 벌였다.

두산이 선공에 나섰다.

두산은 4일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 보도자료에서 김현수가 올 시즌 역대 프로야구 최연소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시즌 MVP 강력한 후보로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올해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등 타격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MVP 후보에까지 오르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타자로 급부상했으며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어린 선수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활약해 야구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설명도 빠트리지 않았다.

팀 내 `칭찬 릴레이'도 등장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만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할 대형 타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지닌 선수"라고 치켜세웠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김동주), "타고난 강한 체력에 야구까지 잘하니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홍성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고 선수"(이혜천)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두산은 다만 한국시리즈에서 극히 부진했던 점이 MVP 선정의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듯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막히며 커다란 시련을 맛본 김현수지만 그의 활약이 있었기에 올 시즌 두산은 여러 악재를 딛고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라며 김현수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SK도 지지 않고 하루 뒤인 5일 오전 각 언론사에 `SK 김광현, MVP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이라는 제목의 6장짜리 장문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SK는 여기에서 김광현이 올 시즌 다승, 탈삼진 부문 2관왕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데뷔 2년 만에 최고의 영예인 MVP에 당당히 도전한다고 소개했다.

SK는 자료에서 김광현이 작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의 주니치 드래곤스를 물리쳐 주니치 감독으로부터 "19세의 어린 나이지만 아주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라며 극찬을 받은 뒤 올 프로야구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 킬러로 자리잡았으며 올림픽 휴식기 이후에도 발군의 실력으로 다승과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과 승률 2위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SK는 "2008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아시아시리즈 우승이라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라며 "미니홈피 제목을 `도쿄 테러'로 정해놓은 김광현이 도쿄돔에서 일본팀을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 2008년 MVP 후보 김광현의 올해 마지막 숙제"라고 말해 은연중 시즌 MVP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할 시즌 MVP 선정을 놓고 SK와 두산간 `제2의 한국시리즈'가 어떤 결과로 끝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MVP는 신인왕과 함께 6일 오후 2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프로야구 출입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