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지난 9월말부터 치르고 있는 '가을 시리즈'는 스타 플레이어가 거의 없지만 열기는 뜨겁다.

시즌 상금랭킹 125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할 수 있는 '열등생'끼리 피말리는 순위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가을시리즈' 7개 대회 가운데 6번째 대회인 긴쉬메르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인생역전을 일궈낸 라이언 파머(미국)는 이런 극한의 경쟁무대에서 부정(不正)의 유혹을 물리쳐 감격이 더했다.

3라운드에서 1타차 2위에 올라 우승을 바라보고 최종 라운드에 나선 파머는 7번홀(파4), 9번홀(파5) 버디로 2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런데 10번홀(파4)에서 10m 버디 기회를 맞은 파머는 퍼팅을 하다 말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어드레스를 한 뒤 볼이 살짝 움직였다고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골프 규칙은 퍼팅을 하려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뒤 볼이 움직이면 벌타를 받고 리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볼은 파머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그는 규칙을 따랐다.

졸지에 보기를 적어낸 파머는 이어진 11번홀(파4)에서 티샷을 연못에 빠트려 2타를 잃었다.

우승은 멀어지는 듯 했지만 파머의 '정직'은 보답을 불렀다.

13번홀(파5) 버디로 기사회생 기회를 잡았고 17번홀까지 파행진을 이어간 파머는 어느새 공동선두 6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18번홀(파5)에서 맞은 3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은 파머는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고 뒤따르던 마이클 레트직(미국)이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는 바람에 우승이 확정됐다.

상금랭킹 143위에 머물러 있던 파머는 상금 82만8천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73위(138만4천달러)로 도약했고 2년 동안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상금랭킹 125위 밖에 맴돌다 '가을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쓴 선수는 5명으로 불어났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