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해결사 이근호(23.대구)가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을 터트리며 '킬러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이근호는 15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 홈 경기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 뽑아 4-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11일 치른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3-0 승)에 이어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이라는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며 허정무호의 해결사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이근호의 A매치 기록은 12경기 출전, 5득점이 됐다.

1무를 안고 있던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에 희망을 안겨준 값진 활약이었다.

4-4-2 포메이션에서 정성훈(부산)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근호의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누볐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정성훈이 상대 수비를 괴롭히면 이근호는 뒷 공간을 찾아 들어가 득점 찬스를 노렸다.

이근호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진 것은 전반 19분. 이청용의 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날린 오른발슛이 상대 수비를 살짝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이근호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이없는 실책성 수비로 만회골을 내줘 1-2로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고 있던 후반 26분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대쪽 골문 구석을 행해 정확한 오른발슛을 날려 추가 득점을 올렸다.

사실상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득점이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데 토를 달기 어려울 만큼 그는 제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근호가 후반 42분 신영록(수원)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올 때에는 2만 8천여 관중의 뜨거운 격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축구명문 부평고를 졸업하고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 2005년에야 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근호는 지난해 대구로 둥지를 옮긴 뒤 축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06년 2군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인천에서 1군 경기는 고작 8경기를 뛰었던 그가 지난해에는 27경기에 출전해 10골 3도움을 올렸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등 엘리트코스를 착실히 밟아 온 이근호는 올 시즌에도 프로축구에서 13골로 '토종 골잡이' 중에서는 최다골을 터뜨리며 국내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비록 기대를 모았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팀도 1승1무1패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A대표로 다시 나래를 활짝 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