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나락에서 시즌을 출발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홍성흔(31)이 어느덧 천국의 문턱까지 왔다.

지명타자로 변신해 타격에만 전념한 첫 해 타격왕을 눈 앞에 뒀다.

그는 3일 현재 타율 0.341을 때려 팀 후배 김현수(20.0.336)에 5리 앞서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평생 보직일 것 같던 포수를 포기한 대신 그는 생애 두 번째 타이틀을 바라보고 있다.

홍성흔은 2004년 안타 165개를 때려 최다안타왕을 차지했었다.

"계속 포수로 뛰고 싶다"며 지난 겨울 트레이드를 자청했던 홍성흔은 동계훈련도 혼자 따로 치렀고 우여곡절 끝에 팀에 잔류한 뒤에는 시즌 초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돼 2군에서 머물렀다.

그런 그가 타격 타이틀에 도전 중이다.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타격에 눈을 떴느냐'는 물음에 홍성흔은 손사래를 치며 "짧게 짧게 밀어치려고 노력했던 결과"라고 답했다.

홍성흔은 "동계 훈련 때 혼자 고생을 좀 하다 보니 예년과 달리 살이 빠진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큰 것을 의식하던 스윙에서 벗어나 짧게 밀어치는 스윙으로 바꾼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올림픽 휴식기 때 살이 붙고 파워가 늘면서 장타력도 살아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볼 카운트 투 스트라이크에 몰리기 전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선 것도 상승세에 한 몫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91경기, 337타수에서 삼진을 27번만 당했다.

300타수를 넘은 타자 중 그보다 삼진이 적은 이는 24개인 이진영(28.SK) 뿐이다.

홍성흔이 원래 삼진이 많은 타자는 아니나 올해 초구, 2구 내에서 끝을 보겠다는 공격성과 타석에서 집중력은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두산 선수단 특유의 끈끈한 분위기도 홍성흔이 다시 투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그는 "여러 일을 겪은 뒤 팀에 남게 됐지만 선수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족처럼 챙겨주고 격려해줬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김경문 감독도 중심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홍성흔을 다시 신뢰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홍성흔이 두산에 잔류할 경우 내년에는 1루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홍성흔은 올림픽 휴식기부터 좌익수는 물론 1루수 수비 연습도 병행했다.

홍성흔은 "나는 이승엽(32.요미우리)이나 김동주 선배 같은 일류 타자가 아니다. 2류 타자지만 집중력을 살려 타격왕 한번 꼭 해보고 싶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며 스파이크 끈을 조여맸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