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국적을 바꿔 메달 사냥에 성공한 선수들은 다른 어떤 메달리스트들보다 기쁨이 크다.

치열한 국내 경쟁을 뚫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제2의 조국'을 선택해 역경을 딛고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탁구는 귀화 선수들의 올림픽 성공 스토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종목이다.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건 9명 중 무려 7명이 중국계 선수였다.

중국의 장이닝, 왕난, 궈웨가 시상대 맨 위 자리를 차지했다.

은메달을 딴 싱가포르의 리자웨이와 펑톈웨이, 왕웨구도 모두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싱가포르에 무려 48년 만에 메달을 선사하는 감격을 누렸다.

베이징이 고향인 리자웨이는 12년 전인 1996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3년 뒤 새 국적을 취득했다.

단체전 은메달 주역인 리자웨이는 그러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김경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궈웨와 3-4위 결정전에서 2-4로 져 올림픽 2회 연속 단식 동메달을 놓치는 불운을 겪었다.

이와 함께 값진 동메달을 딴 한국의 당예서는 중국 지린성 창춘이 고향이다.

한국의 김경아(대한항공)와 박미영(삼성생명)을 빼고는 모두 넓은 의미의 `차이나 패밀리'인 셈이다.

당예서는 8년여 고생 끝에 마침내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왕년의 `탁구여왕' 왕난과 중국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던 당예서는 중국의 대표 관문을 뚫지 못했다.

2001년 대한항공 훈련 파트너로 한국 땅을 밟아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한국의 `1호 귀화 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또한 탁구는 세계 최강 중국 출신 선수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미국 여자팀의 가오준, 왕천, 황크리스털쉬, 오스트리아의 리우지아, 리찬빙, 호주의 레이지안팡, 네덜란드의 리지에, 리쟈오 등 남녀팀의 50여명이 중국계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세계탁구의 급격한 중국화를 우려해 9월1일부터 새롭게 국적을 얻는 21세 이상 선수가 다른 나라를 대표해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월드팀컵 등 `월드(World)' 타이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귀화 출전 제한' 규정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귀화 성공 신화는 이것 뿐이 아니다.

모로코 태생인 라시드 람지는 육상 남자 1,500m에 참가해 바레인에 올림픽 1호 금메달을 안겼다.

팀에서 월봉 75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귀화한 람지는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오일 달러' 공세를 펼친 바레인의 유일한 금메달리스트 영예를 안았다.

메달을 못 땄지만 양궁에선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한 케이스다.

양궁 여자 개인전 8강에서 박성현(25.전북도청)에게 진 일본 대표 하야카와 나미(한국 이름 엄혜랑)는 지난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장기를 달고 출전했다.

또 호주 대표인 김하늘도 메달 꿈을 이루지 못하고 32강에서 탈락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빛 과녁을 겨냥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