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료가 힘든 과정을 거쳐 값진 동메달을 따 제 일처럼 기쁩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겠습니다. "

남자 탁구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24·농심삼다수)와 동갑내기인 여자 대들보 문현정(삼성생명)에게 베이징올림픽은 아쉬움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탁구 대표팀의 후보 선수(일명 P카드)로 베이징을 찾았다. 단체전에 출전한 남녀 세 명 중 한 명이 부상 등으로 뛰지 못할 경우 대타로 나서는 일종의 '보험용' 선수다. 실제 경기에 나서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면 군 미필자인 이정우는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둘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남자 대표팀 세 명 중 전력이 떨어지는 윤재영(상무)은 기대 이상으로 복식 콤비 오상은(KT&G)과 찰떡궁합을 이뤄 단체전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여자 복식 파트너인 김경아(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과 귀화 선수 당예서(대한항공)도 싱가포르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끝내 동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이정우와 문현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셈이다. 왼손 펜홀더 이정우는 특히 오상은과 복식 콤비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국제 오픈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는 등 경력을 쌓았고 지난 2월 광저우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준우승 멤버였기에 선·후배들이 3위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오른손 펜홀더 문현정은 2005년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때 왕년의 '탁구 여왕' 왕난(중국)을 꺾는 '녹색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던 주인공.하지만 문현정 역시 단체전 멤버로 호출을 받지 못했고 20일 시작한 개인전에서도 출전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