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자유형 1,500m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을까.

박태환은 2006년 말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할 때 14분55초03으로 아시아 기록을 세웠지만 이후 한 번도 이 기록을 넘어선 적이 없다.

작년 3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예선 9위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을 때 15분03초62로 자신의 기록보다 8초 이상 느렸다.

같은 해 8월 일본 지바에서 프레올림픽 성격으로 열린 일본국제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기 기록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그랜트 해켓(호주)과 마테우츠 사브리모비츠(폴란드)에 뒤진 3위로 골인한 박태환의 기록은 14분58초43. 자기 기록보다 역시 3초 이상 느린 것이다.

이후 1년 동안 박태환은 한 번도 1,500m에 나서지 않았다.

작년 11월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에서 3차례 뛰었지만 모두 쇼트코스(25m)여서 롱코스(50m) 수영장에서 열리는 올림픽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올해 자유형 1,500m 세계 랭킹에서 박태환은 빠져있다.

박태환이 주춤하던 사이 세계의 장거리 강자들은 훌쩍 앞서나갔다.

미국의 피터 밴더케이가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생전 처음 뛴 이 종목에서 14분45초54를 기록하며 올해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있고, 작년 세계 대회 8위였던 에릭 벤트(미국)가 14분46초78로 2위에 올라 있다.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그랜트 해켓(호주)은 14분48초65로 3위.
기록만 본다면 박태환이 또 하나의 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

박태환은 지난 10일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고, 이틀 뒤인 12일에는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까지 추가했다.

거침없이 자기 기록을 단축하며 메달까지 따낸 박태환의 추세만 본다면 1,500m에서도 메달이 기대되고 있는 것. 탄력을 받은 데다 이제는 부담도 없다.

더구나 작년 세계 대회와 사정은 다르다.

당시에는 2개월의 짧은 훈련으로 지구력이 가다듬어 지지 않았던 반면 이번에는 5개월 집중 훈련을 했기 때문에 3개월 간 지구력을 쌓을 시간이 있었다.

1년 8개월 동안 박태환의 몸 상태를 관리해 온 스피도 전담팀의 엄태현 물리치료사는 "세계 대회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몸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지구력이 상당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더구나 굳이 메달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이미 훌륭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기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다.

바로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 금메달을 모두 차지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밝혀야 한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인 자유형 1,500m 예선은 15일 저녁에 시작되고, 결승은 17일 오전에 열린다.

(베이지=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