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박세리 선배가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1998년 6월 박세리 언니가 91홀 혈투 끝에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던 장면을 TV로 지켜보고 이틀 뒤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4일(이하 한국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신지애(20.하이마트)와 지난 6월30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0.SK텔레콤)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골프 입문 배경이다.

박세리(31)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뛰어든 1998년 가을 전국 골프 연습장이 초등학생 골프 지망생으로 넘쳐났다.

박세리가 맥도널드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를 잇따라 석권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자 "나도 세리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고사리손에 골프채를 쥔 여자 어린이들이 골프 연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당시 익숙한 광경이었다.

당시 초등학생 골프 지망생들이 바로 2008년 세계여자골프의 주력부대로 성장한 '박세리 키즈'이다.

박인비와 신지애 뿐 아니다.

LPGA 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세리 언니가 10년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골프채를 잡았어요"라던 오지영(20.에머슨퍼시픽)과 올해 두차례 우승을 거둔 이선화(22.CJ), 그리고 웨그먼스LPGA 우승자 지은희(22.휠라코리아) 등도 모두 '박세리 키즈'의 일원이다.

지은희 역시 골프 입문은 박세리가 등장한 초등학교 6학년 때였고 이선화는 입문 뿐 아니라 골프 선수로 성장과정이 박세리를 빼닮았다고 해서 '리틀 박세리'로 불렸다.

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쓸어 담은 우승컵 6개가 모조리 '박세리 키즈' 손에 쥐어졌고 특히 메이저대회 왕관 2개가 이들 몫이 됐다는 사실은 '박세리 키즈'가 LPGA 투어를 장악했다는 방증이다.

20세∼23세 사이의 '박세리 키즈'는 이들 '위너스클럽' 멤버 뿐 아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대회 때마다 상위권을 넘나드는 신인왕 후보 최나연(21.SK텔레콤)을 비롯해 김송희(20.휠라코리아), 김인경(20.하나금융),민나온(20), 이지영(23.하이마트), 박희영(21.하나금융) 등 이미 검증받은 신예들이 즐비하다.

'친구'의 우승에 '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이 '박세리 키즈'의 잇따른 우승의 원동력이란 분석이 있고 보면 LPGA투어의 한국 선수 우승은 이들 손에 의해 두자릿수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톱5' 다섯 명 가운데 한국 2명, 일본 2명, 대만 1명이 석권하고 메이저대회 4개 가운데 3개가 아시아 선수(한국 2개, 대만 1개)에 돌아가자 LPGA 투어의 주도권이 아시아 선수들로 옮겨갔다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