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복싱 종목에는 모두 11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세계 복싱 전문가들은 미주(미국, 쿠바)와 구 동구권(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아시아(중국, 태국)가 강력한 복병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복병 아시아'에 한국은 빠져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2체급 전종목 금메달 석권과 1988년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의 금 사냥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슬픈 일이지만 한국은 더 이상 금메달 후보가 아니다.

서울올림픽 이후 20년간 한국은 올림픽 `노골드' 국가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동 2개)와 1996년 애틀랜타(은 1개)에선 체면이라도 지켰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까지 겪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딴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20년 만의 금메달'보다 `노메달' 추락 방지가 급선무다.

11체급 중 한국이 나가는 건 5체급 뿐이다.

출전선수 5명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가장 유명한 선수는 플라이급(51㎏) 이옥성(27.보은군청)이다.

1986년 문성길 이후 19년 만인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옥성은 한국 아마추어 복싱의 간판 스타다.

하지만 복싱계 안팎의 기대가 자신에게 집중된 데 따른 부담감에 무너지며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선 일찌감치 탈락했다.

올 1월 결혼을 한 그는 신혼여행까지 미룬 채 "아내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메달을 안겨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발놀림이 빠르고 기술도 뛰어나지만 갈비뼈 부상과 정신적인 부담 극복이 과제다.

복싱계에선 웰터급(69㎏) 김정주(27.원주시청)의 메달 사냥을 기대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김정주는 170㎝ 단신이지만 순간적인 순발력을 뛰어나고 힘을 실어 펀치를 꽂을 줄 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라이트급(60㎏) 백종섭(28.충남체육회)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178㎝ 장신인 밴텀급(54㎏) 한순철(25.서울시청),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미들급(75㎏) 조덕진(25.상무)도 대진운만 따르면 메달권에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백종섭은 북한의 유일한 복싱 출전선수인 김성국(27)과 남북 대결 가능성도 있다.

준비는 순조롭다.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 모로코 올림픽 출전선수들이 베이징에 가기 전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와준 덕분에 스파링 갈증도 일부나마 해소됐다.

감량도 정상 궤도다.

한계 체중을 2∼2.5㎏ 넘는 선수들은 내주 초 한계 체중에 맞춰 살을 뺀 뒤 내달 6일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다.

최고 선배인 백종섭은 2001년부터 8년째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의 운명은 한 경기 8분 만에 갈린다.

복싱은 2분 4라운드로 진행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는 3분 3라운드였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2분 4라운드로 바뀌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는 3분 3라운드제로 돌아간다.

펀치가 작렬했을 때 5명의 심판 가운데 3명 이상이 동시에 전자 채점기 단추를 눌러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프로복싱의 TKO처럼 아마 복싱에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는 RSC(Referee Stop Contest)가 있다.

점수 차가 20점 이상 벌어지면 RSCOS(점수 차에 의한 RSC)가 선언된다.

아마 복서들은 머리엔 헤드기어를 쓰고 소매가 없는 상의를 입은 채 경기를 한다.

헤드기어를 벗겨 KO 비율을 높이자는 논의도 있지만 안전 우려에 밀려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