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진짜 잘 쏘네" "임동현은 잘 생겼네"

17일 오후 3시께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 광장에 설치된 양궁 대표팀의 `미디어 및 소음적응훈련' 특별훈련장.

태극궁사들이 발사대에 서자 바로 옆 관중석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선수들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베이징올림픽 양궁장은 발사대 뒤쪽과 양 옆 등 삼면이 관중석으로 둘러싸여 있고, 발사대와 관중석 간 거리가 4∼5m에 불과하다.

중국 관중이 한국 대 중국의 여자 단체전 등에서 질러댈 응원 소음이 엄청나리라는 것은 뻔한 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응원 소음을 경험해본 한국 대표팀이 내달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원포인트 레슨'으로 소음 적응 훈련을 선택한 건 이 때문이다.

베이징 양궁장을 재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치밀했다.

가상 훈련장 폭을 베이징올림픽 양궁장처럼 14m로 맞췄고, 발사대와 관중석까지 거리도 똑같이 만들었다.

심지어 관중석 벽 색깔도 베이징 양궁장처럼 붉은색으로 장식했고, 관중석 뒤쪽에 걸린 깃발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관중석은 대부분 양궁 꿈나무 선수들과 올림픽공원에 놀러 온 시민 300여명이 메웠다.

초.중학생들은 과녁 옆 대형 스크린에 윤옥희(23.예천군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 등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모습이 비치자 환호성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표팀 훈련을 돕기 위해 개인전에 나선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미진(24.경기도 체육회)이 활을 쏠 때에는 "이번에 윤미진도 베이징에 가나"라는 소리도 생생하게 들렸다.

경기 중간엔 발사대 주변 스피커에서 인기 그룹 원더걸스의 `SO HOT' 등 노래 소리도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이 또한 올림픽 양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준비해둔 것이었다.

발사대 앞쪽에서 사진기자 10여명이 자리를 잡고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것도 미리 예상된 일이었다.

선수들은 태릉양궁장 가상 훈련 세트에 이어 17∼18일에 열리는 특별훈련도 효과 만점이라는 반응이었다.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는 "평소 조용하게 훈련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고, 기자들이 몰려있는 곳에 나가면 적잖이 놀라고 긴장하기 마련"이라며 "베이징에 가기 전에 비슷한 환경에서 미리 훈련함으로써 적응을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을 지켜보는 건 한국인들 뿐만이 아니었다.

관중석 한쪽에선 멕시코 양궁 대표팀 관계자들이 한국의 훈련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대만 양궁이 한국 양궁의 특허품인 야구장 훈련을 그대로 따라하듯 멕시코도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가상 세트 소음 적응 훈련을 따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