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 안방 무승부 아쉬움을 잊어라. 이제는 오직 승리에 대한 열정만 머릿속에 채우고 '지옥의 원정'에서 승리를 다짐해야 할 때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 요르단(7일)과 5차전 투르크메니스탄(14일) 원정을 위해 3일 오후 11시5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요르단과 홈 경기에서 먼저 두 골을 넣고도 갑작스런 수비 난조로 7분 동안 내리 두 골을 헌납하면서 2-2로 비겨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허 감독의 말처럼 악몽의 밤이었다.

허 감독은 '요르단 쇼크'에 빠진 태극전사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 1일 오전 훈련을 앞두고 주전급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난관을 돌파할 해결책을 찾는데 고심했다.

◇더 이상 방심은 없다


감독이 되짚어본 요르단전 무승부의 가장 큰 원인은 방심이었다.

흐름이 좋아 공격 일변도로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의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이런 결과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7경기(2승4무1패)를 치르면서 선제골을 넣고도 비겼던 경기가 무려 세 차례나 된다.

특히 최근 4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자 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요르단 및 투르크메니스탄과 2연전을 치르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대표팀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승전가를 부르면서 귀국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요르단의 마르티뉴 빈가다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앞세워 또 한번 비기기 작전을 펼치겠다며 대표팀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또 유리한 상황에서 걸핏하면 넘어져 시간을 끄는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는 태극전사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투르크메니스탄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고 있지만 태극전사들이 현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단 이틀 뿐이어서 시차 극복과 체력 회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낮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무더위는 태극전사들에게 또 다른 걸림돌이다.

◇힘겨운 대표팀 일정

3일 저녁 늦게 출발하는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를 거쳐 4일 오전 요르단 암만에 도착한 뒤 사흘 동안 현지 적응 훈련을 한다.

5일부터 이틀 동안 하루 두 차례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대표팀은 7일 오후 11시30분(이하 한국시간) 요르단과 경기를 치른 뒤 8일 회복훈련을 하고 이튿날 중간 전지훈련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향한다.

사흘 동안 터키에서 훈련을 치르는 대표팀은 11일 오후 늦게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로 이동, 이틀 동안 하루 한 차례씩 전술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진 뒤 14일 오후 11시 투르크메니스탄 대표팀과 3차 예선 5차전을 치른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마친 대표팀은 곧장 공항으로 이동해 대한축구협회가 띄운 전세기를 타고 15일 귀국하는 것으로 힘겨운 원정길을 마무리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