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별들의 각축장'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박지성은 10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AS로마(이탈리아)와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후반 90분을 풀타임으로 뛰고 1-0 승리와 함께 4강 진출 기쁨을 누렸다.

지난 2일 AS로마와 8강 원정 1차전에 이어 `꿈의 무대'에서 두 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이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오른쪽 무릎 연골 재생 수술을 받은 뒤 그해 12월 그라운드에 복귀했던 박지성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특히 AS로마와 챔피언스리그 원정 1차전 직전까지 정규리그에서는 3경기 연속 결장을 하는 등 입지가 불안했던 점을 감안하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준다.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그는 지난 2일 로마 원정에 나서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 선발로 출격했다.

주전 경쟁 상대였던 측면 공격수 루이스 나니가 허벅지 부상을 당한 게 호재(?)로 작용했지만 풀타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벼 `반쪽 주전' 이미지를 씻어냈다.

1-0으로 앞선 후반 21분에는 상대 왼쪽 골라인 근처까지 달려든 뒤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웨인 루니의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선제골 주인공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똑같은 평점 7점을 받아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그의 진가는 이날 로마와 홈 2차전에서도 또 한번 입증됐다.

베테랑 라이언 긱스와 함께 좌우 윙포워드로 선발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강철 체력으로 1-0 승리에 앞장섰다.

체력이 떨어진 긱스가 후반 게리 네빌로 교체됐지만 박지성은 90분 내내 자리를 지켰고 동료와 4강 진출 기쁨을 함께 했다.

결승골 주인공인 카를로스 테베스와 똑같은 평점 7점의 호평을 받은 건 당연지사다.

퍼거슨 감독이 2차전 직전 공식 기자회견에 맨유의 대표 선수로 호날두와 루니, 긱스 등 간판 스타들 대신 박지성을 데리고 나간 것도 달라진 그의 위상을 반영한다.

박지성은 또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선발 출장한 9경기에서 맨유 전승 행진에 앞장서 `100% 승리자'임을 각인시켰다.

박지성이 이적 후 선발 출장한 42경기에서 맨유는 35승5무2패(승률 83.3%)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박지성 선발 출장=맨유 승리' 공식을 만들며 승리의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정규리그에는 8경기에만 출장해 남은 5경기에서 10경기째를 채워야 우승시 메달을 받을 수 있는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활약 여세를 몰아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