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승부사… 한번 보면 존경심 저절로"

타이거 우즈(33ㆍ미국)가 가는 길은 곧 '골프 역사'다.28일 끝난 뷰익인비테이셔널 등 프로대회뿐 아니라,아마추어들과 친선라운드에서도 화제는 끊이지 않는다.워런 버핏,빌 게이츠,도널드 트럼프 같은 거부(巨富)들은 마음만 먹으면 우즈와 라운드할 수 있을까? 얼핏 그럴 것 같지만,사실은 그렇지 않다.미국 USA투데이에 실린 '유명 최고경영자(CEO)와 우즈의 골프'를 요약한다.

▲우즈와 라운드한 CEO는:의외로 적다.우즈와 라운드한 세계적 CEO는 12명 정도다.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스콧 맥닐리(썬마이크로시스템즈 창업자),데이비드 노박(윰브랜즈 회장),제리 양(야후 창업자),필 나이트(나이키 창업자) 등이 그들.그것도 18홀을 온전히 함께 플레이한 경우는 드물다.버핏은 단 한 홀,노박은 9홀을 함께 플레이했을 뿐이라고 한다.그 반면 골프 잘 치기로 소문난 잭 웰치,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 등은 우즈와 플레이한 적이 없다.우즈와 직ㆍ간접으로 관계가 있는 회사 가운데 나이키의 나이트를 제외하고 함께 플레이한 CEO가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한국에서는 2004년 우즈가 제주도에 왔을 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우즈와 프로암대회를 함께한 '행운'을 잡았다.

▲우즈와 라운드할 수 있는 길은:극히 제한돼 있다.이번 뷰익인비테이셔널의 경우 프로암대회 참가 아마추어들은 1인당 2200∼2700달러를 냈다.그런 뒤 원하는 프로와 플레이하려면 추첨을 해야 한다.그러나 우즈는 예외다.대회 스폰서에서 따로 아마추어 파트너를 정하는 것.그 행운은 스폰서의 최대 고객,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많이 내는 사람,그리고 경매에서 최고가를 쓴 사람 등으로 제한된다.그 가운데 일반인이 우즈와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은 경매를 통해 최고가를 제시하는 것.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의 CEO 댄 워멘호벤은 "우즈와 플레이를 하는 데 100만달러(약 9억4600만원)를 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힌다.한 자선대회에 출전한 같은 회사의 세 명은 우즈와 라운드하는 대가로 66만달러를 썼다고도 한다.우즈와 함께하기도 어렵지만 그 비용은 적어도 5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것.

▲우즈와 라운드를 하게 되면:거의 매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명 CEO들인데도 우즈와 함께 라운드할 땐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한다.엄청난 갤러리 탓도 있다.어드레스 때 무릎이 떨렸다고 실토한 CEO가 있는가 하면,아드레날린이 너무 나와 첫 샷을 왼편으로 터무니없이 당겨버렸다고 한 사람도 있다.한 CEO는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고 티를 티박스 밖에 꽂고 티샷을 했는데,그것을 본 우즈가 나중에 티마커를 그 밖으로 옮겨주어 폭소를 자아냈다고 한다.CEO들은 우즈가 TV에서 볼 때처럼 '스윙 로봇'이 아니라 '인간적'이라고 평가한다.우즈는 버핏과 한 홀 플레이를 할 때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모든 샷을 했는데 드라이버샷을 240야드,3번우드 세컨드샷을 210야드 날려 볼을 그린 앞에 갖다놓은 뒤 피치샷을 홀 옆 1.5m 지점에 떨궈 파를 잡았다고 한다.

CEO들은 우즈에게 경외감이 든다고 말한다.그가 '골프 황제'여서가 아니다."매일 아침에 깰 때 더 좋은 남편,더 좋은 아빠,더 좋은 사람,그리고 더 훌륭한 골퍼가 되고자 다짐한다"는 우즈의 진취성ㆍ성취욕구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