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일본과 대결에서 6년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2일 일본 후쿠오카 센추리골프장(파72.6천501야드)에서 열린 제8회 교라쿠컵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최종일 6승5패1무승부를 거둬 2라운드 합계 11승11패2무승부로 동점을 이룬 뒤 연장전을 벌였으나 무릎을 꿇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첫 주자 이선화(21.CJ)가 요코미네 사쿠라와 비기고 두번째 선수 전미정(25.투어스테이지)도 모로미자토 시노부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세번째 주자로 나선 장정(27.기업은행)이 1m도 안되는 짧은 파퍼트를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로 우승컵을 일본에 넘겨줬다.

올해 8회째인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1, 2회 대회에서 일본에 졌으나 이후 3회 대회부터 공동우승(2005년)을 포함해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 7명을 비롯한 '드림팀'을 내세웠지만 연속 우승을 이루지 못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일전에서 최다 승점(21점)을 따내며 한일전 최강자로 군림했던 장정은 이번에도 1, 2라운드 모두 승리를 올리는 등 맹활약을 펼쳤지만 연장전 패전으로 체면을 구겼다.

올해 대회를 포함해 한일전에서 7승무패의 빼어난 전적을 남긴 요코미네 사쿠라는 기자단이 선정하는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특별 상금 100만엔을 받았다.

일본은 선수마다 300만엔씩 우승 상금을 챙겼고 한국 선수들에게는 150만엔씩 돌아갔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직후 10만엔씩 갹출해 130만엔을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한국 팀 주장 김미현(30.KTF)은 "속상하다.

그래도 개인 종목인 골프 선수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으로 팀 플레이를 펼치며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면서 "내년에는 제주도에서 반드시 우승컵을 되찾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전날 5승6패1무승부로 일본에 밀려 주장 김미현에게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역전승을 이끌어내자"는 당부를 받은 한국 선수들은 그러나 2라운드에서도 고전 끝에 가까스로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첫 주자로 나선 장정이 기대대로 미쓰카 유우코를 3타차(71-74)로 눌렀고 신현주(25.다이와)와 이선화가 고가 미호와 가와하라 유이를 제쳤고 안선주(20.이수건설)가 일본 주장 요네야마 미도리를 제압한데다 김미현과 이지영(22.하이마트)도 승전고를 울렸다.

하지만 안시현(23), 지은희(21.캘러웨이),이정연(28), 신지애(19.하이마트), 송보배(20.슈페리어)가 줄줄이 일본 선수들에게 져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1타차로 뒤지던 전미정이 18번홀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보탰고 15번홀까지 아리무라 지에와 팽팽하게 맞서던 마지막 주자 이지영이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잡은 승기를 끝까지 지킨 덕에 연장전을 벌일 수 있었다.

한일전 사상 처음 펼친 연장전도 한국팀에게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18번홀에서 승부가 날 때까지 양팀에서 한명씩 내보내 치른 연장전에서 첫번째 주자 이선화는 세번째샷을 벙커에 빠트린 뒤 1.2m 파퍼트를 겨우 넣었다.

상대방 요코미네가 3m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는 상황이었다.

두번째 주자 전미정도 먼저 시도한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모로미자토의 버디 퍼트를 지켜보는 수세에 몰렸고 모로미자토가 2m 버디를 실패한 덕에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행운은 계속되지 않았다.

세번째샷을 왼쪽으로 당겨치는 실수를 한 장정은 고가 미호의 3.5m 버디 퍼트가 홀을 비켜가 네번째 연장전 주자 이지영에게 바통을 넘길 수 있었지만 1m도 채 안되는 파퍼트를 홀 옆으로 흘려버렸다.

한국 선수들은 패전이 확정되자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고 일본 선수들은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며 그린으로 뛰쳐 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한일여자프로골프 대항전 전적

▲1라운드(1일)

안시현 74-67 미쓰카 유우코
전미정 75-72 하라 에리나
박세리 70-73 모로미자토 시노부
이정연 71-71 고가 미호
장정 72-74 사이키 미키
신현주 70-73 마에다 구니코
이선화 73-77 이지마 아카네
이지영 71-74 가와하라 유이
송보배 82-64 아리무라 지에
지은희 77-76 우에하라 아야코
안선주 71-70 요코미네 사쿠라
신지애 72-71 요네야마 미도리

▲2라운드(2일)

장정 71-74 미쓰카 유우코
안시현 77-76 이지마 아카네
신현주 72-74 고가 미호
지은희 78-70 요코미네 사쿠라
이선화 69-73 가와하라 유이
전미정 73-73 하라 에리나
안선주 72-79 요네야마 미도리
김미현 73-76 우에하라 아야코
이정연 75-72 마에다 구니코
신지애 72-68 모로미자토 시노부
송보배 75-72 사이키 미키
이지영 72-75 아리무라 지에
※승점 합계 한국 22-22 일본


(후쿠오카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