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베테랑 좌타자 김재현(32)이 2007년 `가을잔치'의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김재현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화끈한 솔로홈런으로 SK의 창단 후 첫 우승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김재현은 SK가 2-1로 앞서던 3회 말 2사 후 두산 선발투수 임태훈의 시속 144㎞ 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솔로홈런을 날리는 등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SK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패 뒤 극적인 4연승으로 우승까지 차지하는 길목에는 항상 김재현의 방망이가 있었다.

지난 25일 3차전에서 1회 우익선상 2루타로 결승점을 올린 것을 신호탄으로 4차전에는 팀이 2-0으로 앞선 5회에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날렸고 5차전에서도 0-0이던 8회 무사 2루에서 통렬한 3루타로 결승타점을 챙겼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타율 0.348(23타수 8안타), 홈런 2개, 타점 4개, 득점 5개.
프로 14년차 김재현이 올해 정규시즌에서 극심한 부지능로 주전 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거둔 타율 0.196, 홈런 5개, 타점 19개를 무색하게 할만큼 눈부신 활약이다.

김재현은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올 한국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렸다.

또 신인이던 1994년 LG 트윈스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본 뒤 2002년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고관절이 썩는 아픔 속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깝게 패했기 때문에 13년 만에 다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SK에서 그라운드에 나서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3타수 1안타로 제몫을 했지만 2차전에는 한차례도 타석에 나오지 못했던 것.
그는 오기가 발동해 2차전 다음 날인 지난 24일이 경기가 없어 쉴수 있었지만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렸고 이를 지켜본 김성근 감독의 믿음을 얻어 3차전부터 다시 활약할 기회를 잡았다.

팀내에서 가장 빠른 배트스피드를 자랑하는 `캐넌히터' 김재현은 올해까지 통산 타율 0.293, 홈런 171개를 기록한 강타자다.

데뷔 첫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지만 2000년 이후 고질적인 무릎과 골반 부상에 시달리다 2004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했다.

이적 후 첫 시즌인 2005년 타율 0.315, 홈런 19개를 기록하면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지만 지난 해부터 성적이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곱씹어야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결국 산전수전 겪은 김재현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는 무대였던 셈이다.

김재현은 "정규시즌에 부진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

멋모르고 야구했던 신인 때보다 올해 우승을 더 간절히 원했다.

야구 선수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우승해서 기쁘고 감격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또 "2002년에 야구를 그만두려고까지 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내의 응원이 힘이 됐다.

또 후배 및 선배들, 그리고 감독님이 믿어줘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 SK가 코나미컵대회까지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